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 손 안 대고 운전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자율주행 기술이 5세대 이동통신(5G)을 만나 국내 최초로 5G 관제 시스템 기반 도로주행을 하는데 성공했다.
한양대학교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 ‘ACE Lab’과 LG유플러스는 11일 한양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 기반의 도심도로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 시연했다.
5G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과 KT 역시 자율주행차 시연을 보인 적은 있었지만 5G 규격에 맞는 관제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쉬운 일반 도로를 달린 것은 LG유플러스가 최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자율주행기술은 4단계인 ‘고도 자율주행’ 수준이다. 이 단계에서 차량은 운전자 개입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 분류 기준은 0에서 5까지 총 6개다. ‘완전 자율주행’을 뜻하는 5단계는 무인차다.
선우명호 한양대학교 ACE Lab 교수는 “5G 자율주행차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라며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돕고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 궁극적으로 5단계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의 이름은 ‘A1(에이원)‘이다. 운전대 옆 ‘자율주행 모드 ON’ 스위치를 누르면 차량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성수동 한강사업본부에서 출발한 A1은 서울숲 공영주차장에 도착하는 약 8Km의 거리를 25분 동안 스스로 주행했다.
시연에서 A1은 일반 차량에 섞인 상황에서도 안전한 움직임을 보였다. ACE Lab의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은 위치정보기술·환경인식기술·경로생성기술·차량제어기술이다. 이 중 환경인식을 담당하는 라이다(Lidar)·카메라·레이다(Radar)가 차량 간 거리와 장애물을 보고 상황을 판단한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되돌아오는 거리를 계산해 주변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장치다. 레이더는 전자기파에서 반사되는 반향파를 수신해 물체를 식별하거나 물체의 속도를 탐지한다.
이런 센서들에 기반해 자율주행차는 신호등과 제한 속도 표지판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강변북로를 달리는 동안 A1은 규정 속도인 80km 이하를 유지했다. ACE Lab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기술로 이러한 도로경험을 축적해 진화해 나갈 것이라 전망했다.
5G 통신기술은 차량과 차량·차량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센서를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차량 위치를 인식하는 고정밀 측위 기술은 통신사가 갖고 있는 시설과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강종오 LG유플러스 FC부문 미래기술 담당은 “자율주행에서 통신사의 중요 역할”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자율주행차 알고리즘을 제작하거나 차량을 직접 만들어 운행하기보다는 자율주행차 관제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종오 담당은 “통신 인프라가 접목될 분야는 정밀측위와 지도배포”라며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형식으로 여러 회사와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A1 자율주행차는 현대자동차 ‘그랜저’ 모델이었다. LG유플러스는 자율주행차량용 지도 구축을 위해 현대엠엔소프트와도 협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차량들이 감지하는 현장 교통 정보를 관제센터에 전송하고 센터에서는 다시 자동차에 최적 주행 경로를 실시간으로 내려준다”며 “많은 차량과 대용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기 위해서는 5G 통신망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양대 시연장에서는 LG유플러스가 구축한 5G망과 자체 개발한 저지연 영상송신기를 통해 자율주행 모습의 실시간 중계가 이뤄졌다. 자율주행차 안에 장착된 2대의 카메라가 주행 영상을 촬영하면 관제센터를 통한 5G망으로 지연 없이 한양대까지 전송하는 방식이다.
시연장 한쪽에는 LTE와 5G의 실제 처리 속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영상 비교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카메라 1대는 5G와 저지연 영상송신기에 다른 1대는 LTE로 중계되는 화면을 송출해 각 통신망에 따른 영상 처리 속도의 차이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시연에서 자율주행기능에 더해 인포테인먼트를 강조했다. 자율주행차 탑승자는 차량에서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A1이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동안 시연자는 차 안에서 5G 스트리밍 영상을 시청했다.
직접 가상현실(VR) 전용 헤드셋(HMD)을 쓰고 그랜드캐니언·해양생태계·아이돌 연습 등의 대용량 VR 콘텐츠를 이용했다. LG유플러스는 준비 중인 VR전용 플랫폼에서 ▲구글과 공동 제작한 콘텐츠 ▲VR 영화 ▲여행지 영상 ▲공연 영상 ▲인터렉티브 게임 ▲VR 웹툰을 제공할 계획이다.
선우명호 교수는 “5G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자율주행차 모델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 진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특히 통신-자동차 산업 간 빠른 융합을 기반으로 궁극적으로는 운전대와 페달 없는 완전 무인차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장 전무는 “5G 통신망의 초저지연성은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을 높여줄 핵심 요소로 꼽힌다”며 “한양대학교 ACE Lab의 앞선 자율주행 기술과 LG유플러스의 5세대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