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라이프&스타일팀] 이번에도 돈까스다. 왜냐고? 아기가 좋아하나 보다. 최근 어느 주말, 아내는 택시를 타고 성북동으로 가자고 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택시는 북악스카이웨이를 지나간다. 소위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면서, 성지처럼 불리는 ‘쌍다리’ 근처다. 우리가 탄 택시의 기사님도 목적지를 잘 모르다가 “쌍다리 앞”이라고 하자 금세 차를 몰고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금왕돈까스에 도착했다. 식도락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성북구의 맛집이다. 아내는 어떻게 이런 맛집들을 쏙쏙 잘 아는 것인지, ‘연애사(史)’라도 확인해 봐야 하나.(웃음) 어쨌든 돈까스를 먹으러 왔다. 아내는 “여기가 오고 싶었다”면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여느 오래된 돈까스집처럼, 이곳도 옛날 경양식집 스타일의 수프를 내놨다. 후추를 뿌려먹어야 제 맛이다. 사이다 한 병을 시켜서 아내에게 따라준다. 그 옛날, 내가 꼬마애였을 때 아버지가 내게 후추를 뿌려줬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그 와중에도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사주는 것”이라면서 근면함을 강조하셨던 분이다.
아내는 돈까스, 나는 생선까스를 시켰다. 옛날에는 생선까스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2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생선까스의 묘미를 알게 됐다. 전통 방식의 생선까스에 올라간 하얀 소르를 발라서 먹으면…. 꽤 맛이 좋다. 밥하고 같이 먹으면 금세 비워버린다. 일전에 영국 등에서 먹었던 ‘피쉬 앤 칩’하고는 느낌이 다른, 한국의 80년대를 보여주는 대표 음식이 바로 생선까스가 아닐까.
돈까스도 맛있다. 아내는 돈까스를 잘라 내게 한 입 준다. 결혼 전에는 은근히 ‘자기 아~’를 많이 했는데, 결혼하고 나니 약간 뜸한 것 같다.(잡은 물고기다. 이거지?) 그래서 나는 은근히 한 입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귀찮더라도 “상추랑 깻잎으로 쌈 좀 싸서 주라”고 말한다. 그게 부부 아닌가.
밥을 먹고 슬슬 성북동길을 따라 걸어올까 했는데, 아내는 몸이 무겁다. 택시를 타고 삼청동 인근으로 옮겨서 차를 한 잔 마셨다. 하지만 그 와중에 10분 정도 함께 길을 걸었다. 산책은 내가 좋아하는 데이트 방식이다. 걸으면서 대화도 할 수 있고, 경치도 볼 수 있고,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며 대화를 나눌 공간이 그리 많지 않다. 커피숍만 하더라도 쉴새없이 교육 이야기를 토론하는 학부모들이라도 옆에 앉아 있으면, 금세 그 여유는 깨져버린다.
데이트 이어가기
이어간다기 보다는, 근처에 또 어디를 갈까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사실 성북동에서 삼청동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카페만 수백 곳이 있다. 쌍다리 근처에서는 ‘쌍다리돼지불백’이 가장 유명하다. 돼지불백을 쌈에 싸서 먹고, 조개탕을 마시면 그 느낌이 시원하다.
돈까스랑은 그리 어울리지는 않지만, 삼청동길로 내려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집도 있다. 자연의 암석 지반과 어우러지는 건축 및 인테리어를 한 곳이다. 그곳은 추후 외식하기에서 소개할 생각이다.
* 금왕돈까스
-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동 256-1
- 전화: 02-763-9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