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보험사들끼리 (상품)판매 경쟁만 있을 뿐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보험의 질에 대한 경쟁이 전혀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시장점유율 순위만 봐도 변화가 전혀 없어 시장경 쟁이 결여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일 금융개혁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보험산업이 판매채널 확보에만 치중하고 있어 제대로된 경쟁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엔 지금껏 금융당국이 상품개발과 자산운용 등에 있어 사전적으로 규제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임 위원장은 “지금은 보험사들마다 똑같은 상품을 만들어 똑같은 보험료로 파는 구조여서 경쟁력은 오로지 유통(판매)뿐이다”면서 “당국이 보험사에 대한 규제를 풀어 경쟁을 촉발시키고, 시장엔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촘촘하게 규제했던 보험상품과 보험가격에 대한 규제를 풀어 완전히 보험사 의지에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보험상품은 금융감독원에서 만든 생명·손해·질병·상해 등 10개 표준약관제도 틀안에서 만들도록 규정해 왔다.
상품이 표준약관에서 벗어나면 사전에 신고를 해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인가심사를 엄격히 하다보니 상품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 임 위원장은 “표준약관의 범위를 넘어선 상품개발은 인가가 워낙 힘들다보니 약관에 맞춰 개발하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8개 표준약관제도를 오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자율화한다. 임 위원장은 “실손과 자동차보험은 국민들의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변화추이를 보고 2018년까지 결정하겠다”면서 “중요 요소를 빼고는 전면 폐지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규제가 풀어지면 상품설계를 좀 더 다양하게 할 수 있어 고객맞춤형 상품 등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보험사의 경쟁력으로 성장해 시장에서 상품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번 보험산업 규제완화 방안의 핵심은 보험료 자율화다. 임 위원장은 가격 자율성 보장은 보험상품 개발과 더불어 반드시 풀어야 할 규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과 일본의 가격규제 완화정책 시행을 예로 제시했다. 독일의 경우 가격규제를 전면 폐지하면서 보험료가 오히려 안정적으로 바뀌는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가격 규제는 현재 선진국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제도다”면서 “일본도 가격규제과 사전상품신고 규제를 푸니 오히려 가격도 안정적으로 바뀌어 소비자에게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경쟁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격 자율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보험사 자율에 맡긴 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보험사에 책임을 엄격히 묻는 방식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임 위원장은 보험사의 자율경쟁에 대한 일부 우려에 대해 “이번 규제개혁은 보험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 아닌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며 “중·장기적으로 보험산업 성장에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14일 열리는 규제개혁회의를 거쳐 보험사업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오는 15일에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