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보험업계가 저금리, 저성장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상품개발과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는 위험률차익(일명 사차익) 부문에서 질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차익이란 사고, 질병 등의 발생빈도를 예측한 위험보험료(보험료 수입)와 실제 지급된 보험금과의 차이를 통해 얻는 이익을 말한다. 보험사의 이익은 사차익과 함께 사업비를 통해 얻는 이익(비차익)과 자산운용을 통한 이익(이차익)이 있다.
1일 인더뉴스가 금융감독원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위험률차익률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상품을 판매해 얻을 수 있는 이익으로 숫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이익률이 높다(=사차익이 많다)는 뜻이다.
생보사 가운데 사차익을 많이 내고 있는 곳은 BNP파리바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과 BNP파리바생명의 위험보험료대 사망보험금 지급률(위험률 차익)은 60%가량 된다. 이는 100원짜리 보험상품을 팔아 60원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40원을 이익으로 남긴다는 의미다.
이어 메트라이프생명이 70%대로 100원짜리 상품을 판매해 30원 가량 남겼다. 생보사 빅3 가운데서는 교보생명이 지난 1년간 8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어 삼성생명(84%)과 한화생명(83%)보다는 상품 판매로 인한 이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위험률 차익이 높다는 것은 바람직한 수익구조이면서 회사에서 그만큼 위험률 산출이 정교하다는 의미다”면서 “상대적으로 종신보험 판매비중이 높은 회사가 위험률 차익이 좋은 편으로 보험료 수준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위험률 차익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보험사도 있다. 농협생명을 비롯해 신한생명, 흥국생명의 경우 위험률 차익이 95% 내외로 100원짜리 상품을 판매해 95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5원정도를 남겼다.
손해보험을 보는 보험사도 있다. AIA생명과 DGB생명은 위험률 차익이 100%이 훌쩍 넘어 100원짜리 상품을 팔아 그 이상의 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상황이다. 특히 DGB생명의 경우 위험률 차익이 115%대 육박, 100원의 상품을 판매하면 15원의 적자를 봤다.
업계 전문가들은 위험률 차익률이 낮거나 손해를 입는 경우를 두고 여러 가지로 해석했다. 우선 전략적으로 상품에서 많은 이익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회사가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를 조금 낮출 수 있어 가격경쟁력에서 대형사보다 앞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규모가 작은 보험사의 경우 애초부터 위험률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신계약을 비롯해 보유계약 건수 등이 부족해 위험률 산출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대부분의 소형사는 위험률 차익에서 큰 이익을 내지 못 한다고.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사마다 이익을 내는 전략이 모두 달라 반드시 위험률 차익에서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위험률 차익이 낮는 보험사는 다른 이차익과 비차익에서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사업비가 많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보험상품을 개발할 때 제한했던 위험률과 안전할증률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보험상품의 가격이 다양해질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가장 이상적인 수익구조인 ‘사차익(위험률차익)’을 내는 방법이 지금보다 좀 더 유연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변화가 어떤 회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