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안녕하세요. 제가 전화로 말씀을 나눈 그 유명한 설계사입니다. 사보 인터뷰는 해봤지만 언론사 인터뷰는 처음이라 긴장이 되네요. 그리고, ‘유명한’이 본명 맞습니다.”
독특한 이름 때문에 소개도 남다르지 않을까 했던 기대와 달리 유명한 씨는 자신을 평범하게(?) 소개했다. 물론, 가명이 아닌 본명이라고 강조했다. 남다른 이름 덕분에 PCA생명에서만큼은 ‘유명한’ 그는 입사 7년차 재무 설계사다.
고객의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는 재무 설계사. 돈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본인 스스로 돈을 저축, 관리할 수 있다면 혼자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전문가의 조언대로 하는 것이 좋죠.”
특히 목돈마련 초기 1~3년은 강제적으로 저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자율이 낮고 수익이 적은 요즘은 좋은 상품의 의미가 없어요. 상품 자체보다는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설계사의 몫이고요.”
보험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재테크상품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유 씨는 하루 12시간 넘게 일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주말 이틀도 사무실에 출근한다. 그야말로 워커홀릭. “주중에 바빠서 놓쳤던 일들을 주말에 하거나, 공부를 하기도 하죠. 재무 설계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빠르게 변하는 금융시장을 파악하려면 공부는 필수입니다.”
입사 후 취득한 국가공인 자격증만 5개. 그것도 “입사 3년이 지나서야 따기 시작했다”며 겸손해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기발전에 매진하기 전 그에게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 “입사 1~2년 차에는 열심히 했지만 방법을 몰라서인지 헤맸어요. 그땐 힘들었지만 스트레스는 안 받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설계사로 일을 시작한 첫달 실적은 스스로도 실망스러웠다. 전부 가족계약이었고, 심지어 첫 고객은 그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다. 첫 월급은 초기 정착금을 제외하면 150만원 내외. 그마저 6개월 동안만 지원되는 터라 빨리 적응을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조급해 하지 않았다.
“매출로 인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자신감을 잃고, 사기마저 떨어뜨립니다. 되도록 잊으려고 노력했죠. 선배들의 성공담, 금융 공부를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만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입사 4년차엔 매출이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고, 5년 후인 지금은 꽤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시기 재정적인 안정 외에 그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더 깨달았다. 바로 고객중심의 영업 방법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일에 몰두할 때 고객 리포트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미팅 전 꼼꼼히 고객의 상황을 비롯해 재테크 이슈와 제안 등 1:1 맞춤 상담을 위한 준빕니다.”
점점 늘어나는 고객들을 관리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자 고객들 입장을 더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체계적인 데이터가 쌓이자 큰 자산이 됐고, 높은 실적으로 되돌아왔다. 그의 안정적인 수입은 고객들에게 좀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에 도움이 됐다.
“한 달에 50만원을 저축하는 고객에겐 재무설계나 자산관리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적은 돈으론 큰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죠. 다만, 더 많은 금액을 저축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목돈마련을 위한 초기 2~3년의 강제저축을 도와드릴 수는 있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초창기 계약했던 고객들을 찾아 좋은 상품으로 컨설팅 하기 시작했다. 힘들었던 영업시절 도와줬던 고객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고객 만족이 우선시 되니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몰고 왔다. 그러다보니 현재 관리 고객이 150여명, 한 달 평균 2~3명의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재무설계사로 일한 지 어느 덧 7년. 보험업계 특히 설계사의 대우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다. “설계사는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옵니다. 부지런히 뛰면 그만큼 많이 받죠. 하지만 여전히 구조상 불합리한 일들이 있긴 하지요.”
하지만 그는 설계사 수당제에 대해선 동의했다. 영업조직을 운영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수당제를 공부해보니, 개인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매출을 더 많이 내는 설계사가 같은 상품을 팔아도 보너스 금액이 다르죠. 냉정한 현실이지만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PCA생명에서 가장 연장자인 설계사 나이는 50대 후반이다. 유명한씨 역시 정년을 최대한 늦출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2년은 새로운 시장층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다.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을 찾는 설계사가 아닌 고객이 찾아오는 설계사’가 되는 것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자질이 제일 중요해지는 것이죠. 또한 개인고객에서 법인고객이나 사업가 등 고객층 넓히는 것도 저의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