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삼성생명이 보험업계 최초로 보험판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 론칭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험계약 심사 부분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자동언더라이팅 시스템을 구축, 이르면 내달부터 운용에 돌입한다.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기존 언더라이팅 업무의 70%를 자동화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현재 언더라이팅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력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추후 상품개발에 언더라이팅 자동화시스템이 어떻게 반영될 지도 주목되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4월 중순 경 선진형 자동언더라이팅 시스템(AEUS, Advanced Expert Underwriting System)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05년 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맡았던 자동언더라이팅 시스템을 인공지능에 가깝게 고도화했다.
기존에는 청약서상 특별한 사항이 없는 경우에만 자동심사를 거치고, 나머지는 언더라이터가 직접 처리했다. 하지만, 이번 인공지능 시스템은 기존 언더라이팅 업무의 절반 이상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때문에 ‘보험판 알파고’가 등장하면 언더라이팅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인력 축소는 단시간에 속단하기 어렵다는 입장. 하지만, 업계에서는 언더라이터에 의존했던 계약이 컴퓨터로 처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언더라이팅 업무의 매뉴얼이 규정화 돼 있고, 그 중 사람이 했던 부분을 얼마나 전산에 반영할 것인가가 관건이다”며 “그렇게 되면 언더라이터들이 했던 업무 중 상당 부분이 자동화될 수 있어 언터라이터의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언더라이터의 전문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동 언더라이팅이 인공지능에 가깝게 고도화되면, 나머지 언더라이터는 고위험 계약 등 컴퓨터가 하기 어려운 심사를 전담하게 되는데, 이 때 까다로운 계약을 선별할 수 있는 전문성이 언더라이터로 필수 요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을 통한 언더라이팅 자동화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까지 활용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축적된 언더라이팅 데이터를 위험률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상품개발에 나설 수 있고, 결국 리스크 관리로 이어지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A질병을 앓은 계약자들 가운데 B담보에 가입이 많을 경우, 계약자의 가입패턴에 따라 위험률 분석이 가능해진다. 많은 가입에도 불구하고 만약 위험률이 낮게 나온다고 가정하면, A질병을 앓고 있는 유병자에 맞는 상품을 따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부터 보험사마다 자동언더라이팅은 상품개발과 리스크 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면서 “그 동안은 담보가 워낙 복잡하고, 경험 데이터가 적게 쌓여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인공지능화되면 얼마든지 실무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스템은 계약에 필요한 서류내용 안내부터 부담보 동의서 출력, 계약심사 결과를 제공하는 등 계약부터 심사에 관한 주요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특히 질병에 대한 심사 부분을 강화해 여러 종류의 상품과 특약을 적용하더라도 심사가 가능해지도록 세분화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 개발을 끝났고, 각 지점에서 파일럿으로 운영 중이다”며 “현장 컨설턴트들이 입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적용하고 있는 단계로 시스템 오류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후 내달 중으로 선보일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