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정태 기자ㅣ“현행 보험료 할증할인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고건수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제도개선의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 건수제 도입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설득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보험개발원은 28일 '자동차보험 개별할인할증제도의 평가와 개선'이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자동차 보험 할증 체계 변경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경주 교수가 소개한 ‘사고건수제(이하 건수제)’에 대해 패널 참석자들의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대다수 참석자들은 대부분 건수제 도입의 취지에 대해서 공감,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가장 먼저 토론에 임한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수제 도입에 적극 찬성했다. 현행 점수제가 현재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너무 복잡하다는 게 그의 견해. 매년 15조원 이상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제도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는 바뀌어야할 필요가 있다”며 “20년 전에 만들어진 할인할증제도를 건수제로 변경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차사고를 줄여야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주호 경희대 교수는 “보험의 목적은 대형 사고를 대비하는 것에 있다”며 “자동차 보험을 보험답게 세우기 위해서는 1번안(할인 유예 없는 건수제)을 무조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1톤 트럭같은 생계형 자동차에 대해서만큼은 따뜻한 보험이 될 수 있도록하는 장치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춘근 동부화재 이사는 “현행 제도 상으로는 한번 사고를 내면 3년간 보험료를 인하받을 수 없다”며 “사고가 나서 보험료가 올랐더라도, 1년간 사고를 내지 않으면 이듬해 다시 보험료 인하가 가능한 건수제가 소비자들에게도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도입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허억 글로벌도시안전포럼 사무총장은 “보험료를 차등화해서 사고를 많이 낸 사람들이 보험료를 왕창 내게 할 필요는 있다”며 “아무래도 돈을 많이 내면 운전도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가벼운 것(사고)과 무거운 것을 모두 사고 1건으로 간주하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의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종원 YMCA 실장은 “최근에 물적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건수제 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는 속내는 보험료를 올리고 싶어서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손해율이 높아져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며 “설득없이 갑자기 들이밀 듯이 보험료를 올리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사실, 건수제를 도입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보험료가 적정하게 부과되고 많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소비자연맹은 보도자료를 내고, 건수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맹은 “제도를 변경할 경우 소비자는 보험료할증(1회 사고당 20% 인상)이 무서워 사고가 나도 수리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차량을 그대로 운행하거나 보험처리를 하지 못해 자비 처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