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정재혁 기자]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가 내년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의 임기가 자동으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년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온 삼성그룹은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내년으로 미룬다는 계획이다. 현재 그룹에서 시기를 논의하고 있으며, 내년 3월과 6월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는 공식적으로 해마다 12월에 이뤄져 왔는데, 올해는 회사 내부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늦추는 방안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임원과 사장단 인사가 미뤄지는 모양새다”며 “그룹에서 결정을 하기 때문에 언제쯤 이뤄질지는 통보받지 못 했다”고 말했다.
김창수 사장과 안민수 사장은 지난 2014년 1월 나란히 취임해 내년 1월 27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삼성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이달 초 예정돼 있어 조만간 연임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사를 늦추게 되면서 당분간 회사를 더 이끌어 가게 됐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인사단행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내년 6월경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김 사장과 안 사장의 임기가 자동적으로 5개월정도 연장되는 셈. 두 사장의 연임여부 등의 거취도 내년 여름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장단 인사를 미룬 배경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그룹이 검찰수사를 받은 데 이어 계열사 사장단 인사의 최종 결정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조사 준비 등으로 정상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고, 그 다음주 임원 인사를 단행해 왔다. 하지만, 올해 삼성전자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특혜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어서 이달 인사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 삼성그룹이 특별검찰수사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어 향후 특검 일정에 따라 내년 3월 이후 정기임원 인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2008년 '비자금 사건' 당시 1월 정기인사를 5월로 4개월 가량 연기한 바 있다. 4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소환된 이후 사장단 인사가 이뤄진 것.
익명을 요구한 삼성생명 관계자는 “최근 붉어진 최순실 사건으로 그룹 차원에서 향후 특검 등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