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한나 기자]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자동차 보유자 외에도 자동차 제작사, 자율주행 시스템 제공자, 도로 관리자 등 자율주행차 사고에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모두가 배상책임보험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보험연구원(원장 한기정)은 손해보험협회와 교통안전공단과 공동으로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국제컨퍼런스를 2일 개최했다. 이날 세션에서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자동차 교통사고와 손해배상 책임’을 주제로 발표했다.
황 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자율주행사고는 일반 교통사고와는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며 “자율주행차의 ‘운전’은 인공지능이 담당하지만 실제 자동차에 관한 지배권과 이익 등 ‘운행’은 보유자에게 있다”고 했다.

일반 교통사고는 90%가 운전자 과실이지만, 자율주행사고는 시스템 하자, 차량 결함, 통신과 정보의 오류, 해킹 등 그 원인이 다변화된다는 것이 황 위원의 견해다. 사고 원인이 다변화되면서 자율주행사고의 배상책임 주체가 다양해지고, 그 책임 귀속의 법적 근거도 복잡해질 것으로 황 위원은 예상했다.
특히 황 위원은 자율주행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 구제 방안으로 ▲보유자 책임 법제 ▲제작사 책임 법제 ▲공동 책임 법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과 제조물책임법 등에 의하면 피해자는 자율주행차 보유자와 제작사에게 모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보유자 책임 법제는 현행 자배법을 자율주행사고에 그대로 적용해, 자동차 보유자가 운행자로서 피해자에 대한 1차적, 직접적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다. 독일과 영국이 최근 이 방안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고용한 운전기사가 사고를 낸 경우처럼 인공지능에 의한 운전도 보유자가 비록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았더라도 보유자에게 책임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유자가 운행여부, 목적지, 경로 등을 결정해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가지기 때문이다.

제작사 책임 법제는 제작사가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1차적이고 직접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다. 자율주행자동차 제작사가 단순히 제조물책임법상 책임을 부담하는데 그치지 않고 운행자와 유사한 지위로 인정돼 교통사고에 대한 직접적 배상책임 주체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황 위원은 “제작사 책임 법제는 사고 원인 규명과 사고 예방에 적합하다”며 “하지만 네이버와 같은 시스템 제공자와 완성차 제조업체 중 누가 책임의 주체가 될 것인지, 공동 책임의 경우 배상절차와 보험제도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 제도 운영상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책임법제는 자율주행자동차 제작사와 자율주행자동차 보유자가 공동으로 피해자에 대해 1차적, 직접적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다. 황 위원은 “양자가 자배법과 특별법상 교통사고책임의 공동 주체로서 연대해 피해자에 대한 1차적 책임과 무사과실에 가까운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말했다.
다만 복수의 책임 주체를 인정함에 따라 보험제도를 운용하는 데 문제점이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보험가입의무자는 보유자인지, 제작자인지, 각각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지, 보험료 납부 의무는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등의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
황 위원은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에게 당부 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의 배상책임 법제 개선방안을 논의할 때 교통사고 피해자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피해자 구제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 보험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