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하나금융노조가 하나금융그룹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직원 중 99%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노조를 비롯한 양대 금융노조는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막고 회사 내 적폐청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하나금융투자지부, 하나외환카드지부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금융지주 건물 앞에서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촛불혁명은 하나금융의 적폐를 청산하라는 역사적·시대적 사명을 부여하고 있다”며 “과거와 현재 적폐의 핵심 인물이자 내일의 적폐까지 되려고 하는 김정태 회장을 하나금융 노동자의 이름으로 ‘적폐청산의 역사적 법정’에 세우려 한다”고 말했다.
투쟁본부가 제시한 김정태 회장의 적폐 혐의로는 ▲최순실 관련 금융 농단 ▲인사 전횡 ▲노조 탄압 ▲언론 통제 ▲황제 경영 등이다.
최순실 관련 금융 농단의 경우, 최순실의 ‘금고지기’ 이상화 전 본부장을 특혜 승진시키는 데 김정태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노조는 박근혜의 비선실세와 관계를 맺기를 위해 아이카이스트와 관련한 무분별한 대출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사내 성추행 가해자를 하나저축은행에 재취업하는 ‘경력세탁’을 통해 KEB하나은행의 해외 지점장으로 재채용하는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리행위와 겸직을 금지하는 취업규정을 위반해 권고사직을 당한 사람을 KEB하나은행의 본점 부서장으로 재채용하는 일도 있었다고 하나금융노조 측은 설명했다.
투쟁본부는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3개 노조 조합원 1만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300여명(참여율 60.4%)의 99%가 “김정태 회장의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특히, 연임반대 의사를 밝힌 응답자의 52%는 “즉시 퇴임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47%는 “내년 3월까지는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하나금융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은 황제로 군림하면서 하나금융이 이명박·박근혜 적폐와 다를 바 없는 적폐의 끝판왕임을 보여줬다”며 “하나금융 노동자들은 그동안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비상식에 대한 분노와 울분을 투쟁의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KEB하나은행 측은 설문조사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설문조사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이번 설문조사가 응답자에게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식으로 구성됐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신뢰도 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설문조사 질문 중 ‘하나금융지주의 계열사 경영 및 인사 개입으로 인한 폐해’라는 항목이 있다”며 “하나금융지주가 계열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폐해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