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아니, 왜 자기들도 풀지 못 한 어려운 숙제를 지원자들에게 떠넘기는 건가요?”(은행 지원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목적보다는 회사(은행)에 대한 관심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관련 문항을 넣었습니다.”(지방은행 관계자)
일부 지방 은행들이 '디지털 인재를 찾는다'는 목적으로 자사의 앱을 다운받게 하거나 홍보방안을 요구하고 있어 입사 지원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일부 지원자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아니냐”며 비난까지 하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지방은행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등은 올 하반기 신입사원 자소서 항목에 자사의 모바일 플랫폼을 홍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개선점 등을 요구했다.

BNK금융지주 소속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각 은행의 모바일 앱인 ‘썸 뱅크’와 ‘투유 뱅크’를 널리 홍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자소서를 통해 물어봤다.
DGB금융지주 소속 대구은행의 경우에는 작년 말 채용에서 자사의 모바일 앱 ‘아이M뱅크’의 개선점을 자소서에서 요구하기도 했다.
이 항목들은 선택이 아닌 필수 기재 사항이다보니, 지원자들은 해당 항목을 작성하기 위해 모바일 앱을 다운받을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지원자 입장에서는 당장 사용하지도, 앞으로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앱을 설치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 취업준비생 A씨는 “취업이 급선무인 지원자는 당장 서류통과를 위해 평소 거래하지도 않는 은행의 모바일 앱을 다운받게 된다”며 “단지 자소서 항목을 채우려는 목적으로 앱을 다운받았으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원자의 의견에 대해 지방은행 측은 지원자들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목적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지원 은행에 대한 관심도나 애사심 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하다는 것.
모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근무지가 대부분 지방이기 때문에 신입직원들이 입사 후 이직하는 사례가 자주 있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신입직원이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서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원자들은 은행 측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취업준비생 B씨는 “회사가 해결하지 못한 일을 왜 직원도 아닌 지원자들에게 물어보는지 도통 모르겠다”며 “애당초 아직 입사도 하지 않은 지원자 신분의 준비생들에게 애사심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과거 일부 시중은행들도 이와 유사한 항목을 자소서에 넣었던 적이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014년 하반기 자소서 항목에 ‘본인 거주지 인근 신한은행 영업점을 방문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영업점의 영업 환경과 인근 타 은행 영업점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기술하시오’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밖에 우리은행도 같은 해에 ‘우리은행 영업점과 다른 시중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시고 우리은행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비교 설명해 주십시오’라는 문항을 자소서에 명시한 바 있다. 이들 은행들은 논란이 일자 자소서 항목에서 이러한 질문을 삭제했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 지원자에게 영업지점 방문을 요구했던 것은 회사에 대한 관심도를 보려는 것이었는데,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어 자소서에서 뺐다”며 “회사에 대한 지원자의 관심도를 평가하고 싶은 것은 모든 기업들의 희망이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