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앞으로 스마트폰 앱 하나로 모든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결제·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고객이 신한은행의 앱을 통해 KB국민은행 계좌의 돈을 이체하거나 출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동 결제시스템(오픈 뱅킹)’을 통해 가능해진다. 정부는 오픈 뱅킹이 구축되면 신규 핀테크 기업들의 은행 결제망 접근이 쉬워져 혁신적인 결제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최종구)는 핀테크·금융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25일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이 발표를 맡았다.
‘금융결제’는 국내외 송금, 상거래 결제, 금융투자를 위한 이체 등 일상적인 생활금융과 밀접한 분야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핀테크 기업을 비롯해 여러 사업자들이 금융결제 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글로벌 핀테크의 30% 이상이 금융결제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페이팔, 알리바바, 레볼루트 등 주요 핀테크 기업들도 금융결제를 기반으로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토스(toss)’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가장 대표적인 금융결제 핀테크 업체다.
금융위가 발표한 이번 혁신 방안은 기존 폐쇄적 금융결제 시스템을 개방형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 바로 ‘오픈뱅킹’이다.
오픈뱅킹은 개별은행과 제휴 없이도 참여 은행들이 표준화된 방식(API)으로 해당 은행의 자금이체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기존 유사한 시스템인 ‘공동 오픈 API’를 전면 개편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구축된다.
지난 2016년 8월에 도입된 ‘공동 오픈 API’는 이용기관이 소형 핀테크 기업으로 한정돼 있고, 제공 기관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제외되는 등 한계가 뚜렷했다. 또한, 건당 이용료가 400~500원에 달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새로운 오픈뱅킹의 경우 은행을 비롯해 모든 핀테크 결제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으며, 향후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 등의 참여도 예상된다. 건당 이용료는 현행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인하하며,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한다.
이러한 오픈뱅킹 구축을 통해 정부는 새로운 전자금융업의 출현을 유도한다. 결제자금을 보유하지 않고 정보만으로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급지시서비스업’과 은행 제휴 없이 독립적으로 계좌를 발급·관리하고 자금이체까지 가능한 ‘종합지급결제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종합지급결제업은 은행 계좌 없이도 현금을 자유롭게 보관·인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결제·송금을 비롯해 금융상품 중개·판매 등 종합자산관리도 가능하다.
이밖에 핀테크 결제사업자에게는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한다. 현행 핀테크 결제사업자는 후불 결제를 할 수 없어 소비자의 일시적 자금부족 때 거래가 불편하고 대중교통 결제(후불방식)도 불가했다. 결제 허용 금액은 30만원으로 설정됐다.
정부는 은행권 등과 협의해 오픈뱅킹 구축부터 우선 진행하고, 이후 법제화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세부 사항은 1분기에 확정해 전산 구축 등 준비를 거쳐 올해 내에 전면 도입된다. 은행결제망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전자금융법 개정은 3분기로 예정돼 있다.
이번 오픈뱅킹과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하나의 모바일 앱으로 모든 은행계좌에 접근해 저렴하고 편리하게 결제·송금 업무를 할 수 있다”며 “아울러, 금융플랫폼 출현으로 단순 결제·송금을 넘어 대출, 자산관리, 금융상품 비교 구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One-Stop으로 이용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