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종사자 최민호]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인 1994년, 서태지가 돌풍처럼 나타나 가요계를 휩쓸기 시작한 그 해, 어머니가 내 명의로 '장수연금보험'이라는 것을 가입하셨다.
어머니가 말씀은 안 하셨지만 아마도 지인의 부탁으로 가입한 것이라 추측이 된다. 대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의 노후까지 생각해 가입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생각이 되니까.
당시 학생 신분이었던 아들 대신 어머니가 보험료를 냈고 2004년 10월까지 총 120회 불입을 마쳤다. 원금은 그리 크지 않았다. 매월 6만4000원 정도, 10년간 총 770여만원이 전부였다.
보험금을 받는 조건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55세가 된 이후부터 매년 200만원씩을 받는 조건인 것으로 기억한다. 납입한 원금이나 미래에 받는 보험금도 크지 않아 어머니는 말 그대로 묵혀 두셨고 나는 그런 보험에 가입돼 있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난 후 그 보험을 해지하기로 했다. 지금부터 15년 후 매년 200만원이면 한 달에 2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금액. 물가상승률과 화폐 가치 등을 고려하면 미래 그 돈은 나의 노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됐기 때문.
해약을 하러 갔더니 보험사에서 원금과 이자를 더해 1200만원을 내 주었다. 그 때 생각을 해 봤다. 납입 원금이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걸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했으면 얼마였을까.
아니, 지금보다 금리가 높았던 당시 은행에만 넣어 놨어도 지금 얼마가 돼 있을까. 20년 동안 묶여 있던 돈으로 받은 이자 ‘430만원’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지 않았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가입한 현실성 없는 장수연금보험이라는 것은 애초에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할 상품이었다는 것. 그리고, 어머니도 그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거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미래 경제상황과 화폐가치를 예단하는 것이 힘든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계산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을 많은 보험 가입자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경제에 대한 지식이 다소 부족했던 과거 우리 부모님들이 내가 가입해 있었던 장수연금보험처럼 상식에 어긋난 보험을 많이 가입해 놓은 것은 아닐까. 지금 부모님께 안부 차 전화드리고 자식 모르게 가입한 보험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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