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교보생명이 기존 변액보험과는 다른 ‘변액연금보험’을 내놨다. 만기를 유지하면 최저 연 4,5%(단리)를 보증하는 확정연금을 지급하는 데다, 투자수익이 나면 추가로 연금액을 늘려 준다는 게 이 상품의 핵심 내용이다.(본지 11월 5일자 <‘구조조정 교보생명’, 또 고금리 상품 독배?> 참조)
◇ 연금문화 바꾸는 방법..“돈 아까우면 깨지마” 으름장?
교보생명은 자사의 상품홍보를 위한 보도자료에 다른 보험사들의 영업 행태를 비난하는 듯한 내용을 담았다. 그러면서 “완전가입에 역점, 연금 가입 문화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연금보험 가입문화를 바꾸겠다며 제시한 방법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고객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들에게 “돈 아까우면 연금보험을 깨지마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그 외에 새로운 방법으로 제시한 건 없다.
교보생명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10년 이내 해약자가 80%가 넘어가는 현실이다. 중도 해지나 일시금 수령 때 금리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80%가 넘는 고객’에게 최저보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하는 셈이다.
이 상품이 메리트가 있으려면 중도해지 고객이나 일시금 수령 고객에게도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해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 설계사 출신 자산운용사 대표는 “연금보험의 장기적인 유지를 유도한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해약하는 고객에게 더 크게 패널티를 매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회사에게 유리한 구조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교보생명이 금리를 더 준다는 이유로 수수료를 더 받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일 이런 경우, 80~90% 이상의 고객에게 혜택은 못 받는 데도, 회사는 사업비와 수수료만 더 받아가는 것이어서 ‘빛 좋은 개살구’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연금보험을 장기로 유지할 경우 큰 혜택을 주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장기유지 보너스는 다른 회사 상품에도 많이 있는 제도이므로 큰 차별화 포인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 연금개시 후 연금재원엔 ‘이자 안 붙어’
고객들이 꼭 한 가지 알고 있어야 할 부분도 있다. 연금이 지급되고 나서부터는 ‘연금재원’에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교보생명이 예로 든 A씨(월 100만원, 20년 납, 5년 거치)의 경우 연금개시 시점인 65세에는 최소 4억1340만원이 연금재원으로 마련된다. 납부기간인 20년 동안 연 5%, 거치기간인 5년 동안 연 4%의 이자(단리)가 붙는다.
연금 개시 첫번째 달에 150만원을 받은 뒤에는 연금재원이 4억1190만원이 되고, 두번째 달에는 4억1010만원으로 줄어가는 식이다. 교보생명은 조금씩 고객에게 돈을 내주고, 몫돈은 계속해서 운영을 하게 된다. 바로 이 돈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의미다.(단, 펀드운영에 따른 수익(+)은 반영된다.)
이 부분은 ‘변액연금보험’의 공통된 특성이기는 하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교보생명의 신상품에 가입하기 전 명확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먼저, 교보생명의 신상품은 ‘이자+원금’을 주는 (변액)보험으로 인식될 소지가 많다. 따라서 연금개시 후에도 연금재원이 같은 방식으로 운용될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실제로, 보도자료에 이 부부분이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상품을 판매 중인 ‘교보생명의 설계사’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 주는 데 한참 걸렸다.
또한, 교보생명은 ‘연금가입 문화변화’라는 미명 아래 연금수령 방식을 ‘종신연금’ 한 가지로 제한해 버렸다. 반면 다른 연금보험상품은 종신연금, 확정연금, 상속연금, 일시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재무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게 보험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보험금 지급에서도 회사가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으려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 금융당국 “불완전 판매 우려..예의 주시하겠다”
금융감독원의 이번 교보생명 변액연금보험 상품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단리를 적용해 소비자들이 미래에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연금액을 알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교보생명 상품의 '독창성'에 대해선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이번 상품이 변액연금보험인 만큼 판매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를 우려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판매과정에서 잘못되면 피해는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금감원 생명보험상품감독국 관계자는 “예전에 변액보험에 판매할 당시 많은 소비자들이 저축성 상품으로 오인하고 가입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보험사는 설계사 교육을 강화하고, 설계사는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상품은 기본 변액보험과 다른 '단리'를 적용했다는 점과 저축성상품과 차이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금감원은 상품안내서에 해당 부분에 대해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붉은 글씨로 표기하도록 권고했다.
복수의 금감원 관계자는 “신상품을 개발해 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시 후 잘못된 판매가 없도록 관리를 잘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추후 판매과정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관리감독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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