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을 꽁꽁 싸매고 있던 금융당국의 규제가 22년 만에 풀렸다. 그동안 보험사의 상품과 가격 등에 일일이 간섭하며 이른바 ‘사감선생님’ 노릇을 더 이상 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보험산업은 자율시장경체제로 접어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과연 보험사는 규제완화에 대해 웃고만 있을까? 보험사들은 어떻게 대응할 지, 앞으로 보험산업은 어떻게 변화할지 따져봤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규제완화 後 ③]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다”
∎ [규제완화 後 ④] 설계사들 “고객 이익이 먼저인데…”
∎ [규제완화 後 ⑤] 앞으로 보험시장 판도 변화는?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규제개혁을 한 마디로 ‘기대반 우려반’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계기로 시장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 온 보험사에는 기회가 되고, 이와 반대인 보험사는 오히려 존폐의 걱정을 떠안게 되는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보험 산업이 무한경쟁 체제로 바뀔 것이 예고되는 가운데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다”라며 자신감을 표현한 보험사들도 적지 않다. 어떤 상품, 어떤 고객, 어느 수준의 가격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간 고민을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상품의 가격을 보험사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보다 보험료를 인하해 상품을 출시할 보험사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일부 중·소형사는 저렴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보장성 상품을 중심으로 주계약을 지금보다 가볍게 하는 대신 보험료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면서 “가격 자율화의 핵심은 대형사든 중·소형사든 가격경쟁을 통해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저렴한 보험상품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점유율을 높이려는 보험사 중에 가격을 낮춘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가격이 다양해지면 소비자에게도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특화된 상품을 판매해 온 보험사가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라이나생명은 고령자를 위한 ‘실버상품’을 라인업으로 구축해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이 회사의 경우 보험 신상품 개발과 적정 가격을 산출하는 데 필요한 (자사의)경험요율 등 데이터베이스(DB)가 충분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나라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없는 상품이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 AIA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각각 미국과 독일의 본사에서 취급하는 상품 중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담보를 추가해 새로운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사 중에서도 기존과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는 곳도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여름 상품개발팀에 신입사원 7명을 배치했다. 언더라이팅 부서에도 비슷한 규모의 인력을 배치해 상품팀 인원을 전반적으로 늘렸다.
다만, 상품의 가격덤핑에 대한 우려는 제기되고 있다. 보험료가 너무 낮은 상품이 시장에 나올 경우 과다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가 무리한 영업을 하면 장기적으로 IFRS4 2단계를 준비하는 데 차질이 있다”며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그러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수단이 바뀌었을 뿐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통제권에서는 벗어나지는 못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푸념섞인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소형사 관계자는 “그동안 그림자규제로 보험사를 압박했는데, 앞으로는 부채적정성평가로 하는 것이다”면서 “실제로 재무제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무리하게 팔면 결국 (회계기준에)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