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가 보험사 실손의료보험에서 하지정맥류 레이저 시술이 보장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보험사들이 사용 중인 표준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금감원을 항의방문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 표준약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실손보험의 보장범위 축소는 일부 의료인들이 과잉 진료를 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의료행태의 개선을 주문하며 맞서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개협을 포함해 의사협회는 현재 ‘실손보험 표준약관 변경에 관한 비상대책위원회 TFT’을 꾸려 금감원에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하지정맥류 시술과 연관이 있어 김승진 대한흉부외과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이 TF위원장을 맡았다. 대개협을 비롯해 의료계는 실손보험 표준약관에서 하지정맥류 레이저 시술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정맥류 레이저 시술은 작년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보장하지 않는 치료(수술방법포함)로 분류해 급여항목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비급여 항목의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에 보험금 청구가 많아지게 됐다.
문제는 하지정맥류 시술 비용에 대한 표준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치료비가 병원마다 들쭉날쭉한 상황. 여기에 하지정맥 레이저 시술이 미용목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와 실손보험의 보장 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원인이 됐다.
김동성 금감원 실장은 “하지정맥류 치료비용은 병원마다 중구난방이고, 목적이 분불명하고 불필요한 치료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같은 이유로 지난 1월 표준약관에서 하지정맥류 시술을 실손보험의 보장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개협은 보험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표준약관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약관을 만들지 않고, 공동의 약관(표준약관)을 만들어서 똑같이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 불만의 요지다.
향후 대개협은 보험사를 상대로 표준약관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실손보험의 표준약관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근거로 보험사가 하지정맥류를 보장에서 일제히 제외한 것은 일종의 담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대개협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갈했다. 김동성 금감원 보험감리실장은 “현재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실손보험은 오히려 공정위에서 표준약관을 만들어 권고하도록 (공정위)에서 규정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금감원과 의료계의 갈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실손보험 보장축소의 범위가 더욱 넓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3월 발표한 '2016년 20대 금융개혁 과제'에 실손보험 개선안을 포함했다. 개선안은 병원의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같은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도수치료(맨손 통증치료)와 고주파온열치료처럼 값비싼 진료를 받을 때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의 환자를 가려내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병원의 권유로 체형을 교정하거나 비만관리, 피부미용을 위해 해당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성 금감원 실장은 “간혹 병원에서 권유하는 진료가 치료목적이 아닌 미용목적으로 보일 때가 있는데, 기존의 진료내역서로는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이에 따라 정확한 진료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해주는 표준화된 진료내역서(제작) 추진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에 대한 의료쪽의 반대 목소리가 심화되는 가운데, 보험 업계는 예의주시 중이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하지 않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지난번 금감원과 함께 하지정맥류 관련 회의를 한 번 진행한 적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보험사들이 별도의 TF등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