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대형 보험사 중에서는 산하 연구소를 운영하는 곳이 많다. 연구소의 특성과 역할은 보험업에 따라 다른데, 생명보험사는 은퇴설계 연구소를, 손해보험사는 방재 혹은 교통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험사 산하 연구소는 주로 보험·금융 관련 연구 분석을 하는 게 주된 역할이지만, 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는 상품 개발에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은 최근 연구소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한 특약 할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은퇴설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화재는 방재연구소와 교통안전문화연구소, 현대해상은 교통기후환경연구소를 두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과 KB, 하나도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 보험사 연구소, 생보는 은퇴설계..손보는 교통사고 예방에 집중
보험사 연구소는 주로 보험업과 연계된 주제를 연구·분석하고, 관련 내용을 컨설팅하는 일을 담당한다. 생보사의 은퇴설계 연구소는 자사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령화와 은퇴시장에 대해 주로 연구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사의 마케팅 방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대부분 정기적으로 은퇴설계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생애 주기에 따른 질병 발생확률과 보험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또 은퇴하기 전 준비해야 하는 자금 규모와 은퇴 후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컨설팅도 해준다.
손보사가 운영하는 방재연구소와 교통연구소는 ‘사고예방’을 모티브로 사고 위험과 예방에 대해 연구한다. 방재연구소는 주로 화재, 폭발, 자연재해, 건설 등 사고를 분석해 보험사마다 사고예방 솔루션을 제공한다. 주로 공장 등의 사업장에 위험관리와 방재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교통연구소는 교통안전 교육과 홍보, 정책과 지원을 위한 연구를 담당한다. 파트별로 도로환경과 교통사고 유형을 분석해 유관기관과 공조사업을 계획하고, 법인장에 교통안전관리 컨설팅을 담당한다. 또 자동차와 탑승자의 위험도를 분석해 자동차기술 연구에 보탬을 주기도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연구소는 보통 규모가 큰 대형사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고령화 시장 분석이나 재해사고 예방 관련 전문적인 분야를 연구한다”며 “분석 결과는 회사 고객에 정보를 제공하고, 보다 전문적인 부분은 컨설팅과 외부 교육 등으로 수입원으로 삼기도 한다“고 말했다.
◇ 현대해상·KB손보, 연구소 분석 자료로 특약할인 상품 개발
보험사와 금융회사 산하 연구소에서 분석한 자료는 보험 상품 개발에 활용되기도 한다.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어린이 할인' 특약 상품과 KB손보의 '대중교통 이용 할인' 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해상은 지난 5월 자동차보험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업계 최초로 어린이 자녀를 둔 고객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6세 이하 어린 자녀가 있는 고객의 자동차 보험료를 7% 할인해주는 특약인데, 현대해상의 교통기후연구소에서 분석한 데이터를 특약 상품에 반영했다.
연구소는 정기적으로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연구 통계와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어린 자녀가 있는 운전자일수록 사고확률이 낮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를 상품개발 부서가 현대해상 자사 어린이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는데 활용, 미취학 자녀를 둔 경우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낮다는 점을 검증한 것이다.
교통기후연구소에서 나온 결과를 빅데이터 활용의 근거로 삼아 할인 상품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음을 증빙하는 서류(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를 최초 가입 때 제출하면 자녀가 만 6세가 될 때까지 보험료를 7% 가량 할인받을 수 있다.
KB손보의 경우는 현대해상과 조금 다르다. KB손보의 '대중교통 할인' 특약은 처음부터 KB금융지주 금융연구소와 KB국민카드와 협업해 개발한 상품이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고객의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10%(최근 3개월간 이용금액 15만원 이상 기준) 할인해주는 특약이다.
과거에는 자동차 운행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마일리지 할인'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대중 교통을 많이 이용할수록 사고률이 낮다는 KB금융연구원 분석 결과를 반영해 추가 할인 특약 상품으로 개발했다. 보험료 할인 혜택은 가입자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금액에 따라 차등 할인이 적용된다.
KB손보는 올해 초 KB금융연구소와 협업을 통해 자녀가 많을 수록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희망플러스자녀할인' 특약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KB손보 관계자는 “대중교통할인 특약의 경우 KB금융지주로 편입한 이후 계열사간 정보를 활용해 개발된 시너지 상품의 첫 사례였다”면서 “앞으로도 KB금융연구소와 다른 금융 계열사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으로 고객들에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