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정부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력에도 요지부동이던 삼성생명이 1조원가량의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압박에 대응하는 동시에 금산법 위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대표이사 현성철)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 주식 1조원가량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블록딜이란 대량의 주식 매도 물량을 장이 끝난 이후에 넘기는 거래를 말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8.23% 보유 중이며, 이는 시가로 약 26조원에 달한다. 감독규정상 삼성생명이 보유 가능한 삼성전자 주식은 총자산(약 213조원)의 3%인 약 6조 4000억원인데, 취득원가(주당 5만 3000원대)로 계산하면 문제가 없지만 시가로 보면 차액을 매각해야 한다.
또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은 비금융 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없다.
삼성생명(8.23%)과 삼성화재(1.44%)의 보유 지분은 현재 10%를 넘지 않지만,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면 10%를 넘게 된다. 이에 삼성생명이 10%를 초과하는 주식을 미리 매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삼성생명은 블록딜 내용을 포함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방안을 금융당국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정부의 압박에 결국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