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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곁에 두고픈 내 딸...에세이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Thursday, August 27, 2020, 12:08:31 크게보기

김봄 지음, 도서출판 걷는사람 펴냄..정가 1만 3000원

 

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2011년 문예지 ‘세계의 문학’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봄 작가가 최근 에세이 신작을 출판했습니다. 책제목은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아웅다웅 다투는 40대 딸과 70대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작가 본인(딸)의 경험담이기도 하지요.

 

작가는 ‘가족끼리 정치 얘기 하는 거 아니’라는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을 ‘웃픈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정치·사회 이슈를 입에 담기만 해도 마치 그에게 정치적 뒷 배경이라도 있는 양 좌파니 우파니 극단적 프레임이 따라붙었던 경험들 때문이죠.

 

작중 딸과 엄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 때문에 재산세가 올라 죽게 생겼다”면서도 없는 돈을 ‘영끌’해 땅을 사는 보수 엄마를 진보 딸은 반대합니다. 미래 이익을 위해 오늘을 저당 잡히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고요.

 

둘째 딸이 사귀는 남자친구가 전라도 출신이라고 반대한 일도 있지요. 그때 엄마는 “선거철마다 싸울래? 정치가 다르면 다들 싸운다니까”라며 딸을 타일렀습니다. 그래도 그때 그 청년이 지금 둘째 사위가 됐으니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나봅니다.

 

내 아이 아끼는 마음에 나왔지만 자식들 눈에는 답답했던 엄마의 고집, 작가는 책에서 과감히 공개합니다. 작가 개인의 것이지만 우리 가정 속 친숙한 경험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평범한 시민의 ‘정치 풍속도’를 통해 흑백논리가 팽배한 우리 사회 속 타협점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엄마! 다 가짜뉴스라니까. 그걸 진짜 믿는 사람이 있네, 있어.
그거 유튜브 같은 거 계속 보고 그러니까 지금 세뇌돼서 그러는 거 아냐!”

내 목소리가 커지자, 손 여사는 한 대 쥐어박기라도 할 듯이 주먹을 들었다 말았다.

“이 빨갱이. 너도 큰일이다.” 손 여사는 개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정치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어! 이제부터 엄마랑은 절교야.”

그때 손 여사 왈,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中

 

재밌는 대목은 책 제목에도 걸린 ‘좌파 고양이’라는 표현입니다. 공산주의를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단어인 ‘좌파’와 귀여운 반려동물 ‘고양이’가 한 데 엮인 게 일견 어색한데요? 딸에게 세뇌 당했다는 일침을 듣자 엄마가 샐쭉해져서 응수하면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다투다 나온 말인데도 ‘밉지만 곁에 두고 싶은 너라는 존재’라는 애증이 묻어납니다.

 

그런 엄마 손에 자란 좌파 고양이 딸은 에세이를 쓰면서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너무 다르고 툭하면 엄마랑 티격태격해도 그가 있어 지금껏 성장한 기억이 있습니다. 좌우 대립 너머 가족 사랑을 상기해봅니다. 이념·세대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이 시대에 도서출판 걷는사람이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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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기자 silentrock@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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