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칼럼

[서지은의 보험키워드] 슬기로운 보험설계사가 되는 법

Sunday, August 04, 2024, 10:08:38 크게보기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보험연구원이 내놓은 설계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생명보험 설계사의 평균 연령은 49.1세였고 이는 10년 전보다 5.9세 높아진 수치라고 한다. 생명보험 설계사는 현재 약 7만7000명인데 그중 여성 설계사는 100명당 76명으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각각 절반 정도 비율인 외국계 생명 보험사에 비해 한국계는 여성 설계사 편중 비율이 월등하다. 또한 국내 생명보험 업계의 남녀성비 격차는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 업계 성비 불균형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2000년대 초반 외자계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대졸 남성 설계사 조직을 전략적으로 키우려는 기조가 있었다. 가장의 유고 시 남겨진 가족을 위한 사망보험금 설계를 기본으로 고객의 직업 및 현재 소득과 재산 상황 등을 파악해 전반적인 재무 컨설팅까지 제공하겠다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성 설계사들이 강화되는 추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저금리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보험 상품의 수익률과 재무 컨설팅에 대한 인기가 이전보다 하락하기 시작했고, 기대 여명이 늘어나면서 가성비 좋은 보장성 보험 상품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져 재무 컨설팅 위주로 활동해 온 남성 설계사의 입지가 점차 좁아졌다. 또한 생명보험 산업의 성장 둔화와 함께 설계사를 전업으로 하는 남성의 비율이 줄었을 뿐 아니라 과거에는 남성 설계사가 여성보다 복잡한 컨설팅 업무를 월등하게 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점차 그런 인식이 사라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생명보험사 설계사로 일한 지 어느덧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처음 이 업계에 발을 들일 때 적어도 10년은 채우자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최장기 근속 설계사가 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다. 그런 소망을 가지게 된 데에는 자유로운 업무 환경과 정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소득이 커다란 이유지만 그것만을 동기로 삼기에는 보험 업계가 실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영업의 어려움과 별도로 내가 소속된 국내파 생명보험사와 같이 여성 구성원이 월등히 많은 곳에서는 미묘한 갈등 유발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느 조직이나 사람이 모여있으면 사건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여성 비율이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에서는 그래서 더 수월한 부분과 그래서 더 힘든 부분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각 지점의 설계사나 사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여성이지만 지점장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울어진 성비 탓인지 서운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서운하게 받아들인다. 왜 특정 설계사를 더 챙기나? 하는 것이나 저 설계사 실적이 좋으니 더 잘 대해주는 거라며 고깝게 바라보는 시선이 그러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 설계사가 유난히 성실하고 지점 일에 협조적이라 상부상조가 되는 것이고, 실적이 좋은 설계사에게 마음이 가는 건 영업직의 인지상정이니 서운할 일은 아니다. 여자니까 질투가 더 많다든지 하는 선입견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지만, 여중과 여고 여대를 거치면서 느낀 여초 사회 특유의 분위기를 지점에서도 느낀다.

 

설계사의 수입은 설계 수수료에 기반한다. 이와 별도로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 회사에서는 시기별로 혹은 상품별로 프로모션을 거는 때가 있는데 이불이나 냄비, 과일 등 고객에게 선물하기 좋은 물품이 대부분인 데다가 수수료와 별도로 지급되는 거라 받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받은 걸 바로바로 고객에게 보내면 좋겠지만 타이밍이 매번 맞을 수는 없어서 종종 이런 물건들이 쌓인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표시를 해두지 않으면 다른 설계사의 것과 뒤바뀌거나 없어지기도 한다. 보관에 소홀했던 내 탓이니 분실이 되었다 해서 아무나 의심할 수 없고 설령 심증이 가도 추궁하기 어렵다. 내 것이 아니면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이 무너지면 사람에 대한 불신을 넘어 업계를 향한 실망도 커진다. 같은 여자끼리니까, 이걸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보험설계사는 프리랜서 직군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점은 엄밀하게 말해 상하관계가 있는 조직이 아니다.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건 좋아도 업무에 있어서는 모든 걸 개인이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므로 꽤 고독한 직업이다. 그러므로 갈등 없이 지내기 위해서는 상호 예의와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영업의 성과가 저마다 다르다 보니 내 기분을 우선해 행동하면 불편과 민폐를 초래한다.

 

흔히들 보험설계사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일도 거뜬히 해낼 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이 말이 영업직의 고충을 뜻한다고 생각했지만 비단 그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위아래가 있는 조직 같기도 하고 평등한 조직 같기도 한 경계가 다소 모호한 구조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이라 그 안에서 미묘한 갈등에 부대끼면서 마음이 단단해지는 경험을 해서가 아닐까?

 

그럼에도 ‘같은 여자니까’가 주는 안도가 분명히 있다. 갓 들어온 초보 설계사를 대가 없이 도우려는 마음이나 집에서 들고 온 반찬들로 함께 점심을 나누는 건 여초 사회라서 가능한 정경일 테다. 지난 8년 동안 많은 설계사들을 거쳤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바람에 이름은커녕 얼굴도 가물가물한 사람도 있지만 한결같이 매일 얼굴을 마주한 설계사도 있다. 이변이 없는 한 그 사람들과는 앞으로도 오래 좋게든 나쁘게든 부대끼며 지내게 될 것이다. 서로 삼가는 마음, 나는 이것이야말로 설계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그 미덕을 마음에 새겨본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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