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칼럼

[서지은의 보험키워드] 왜 하필이면 보험영업? 묻는 당신에게

Sunday, September 01, 2024, 10:09:51 크게보기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친구 중 하나가 다단계 회사에서 영업 일을 하고 있다. 경력이 15년쯤 된 베테랑이다. 이심전심이라고 원래도 친한 친구지만 내 직업도 본인이 하는 일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보험설계사여서 그런지 이야기가 잘 통해 종종 술잔을 기울이며 프리랜서 영업직의 고충이나 보람을 느낀 순간을 함께 나누고는 한다. 그리고 대화는 언제나 치열한 영업의 세계에서 지금까지 굳건하게 살아남은 서로에게 건네는 응원과 격려의 말로 마무리 짓는다.

 

영업의 성패는 유형이든 무형이든 내가 권하는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에서 갈린다고 생각한다. 자부심은 자신감과 연결되며 견고한 자신감은 고객의 신뢰로 이어진다. 친구가 다단계 마케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또 내가 처음 보험 영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유감스럽게도 참 탁월한 선택이라며 넌 무조건 잘 해낼 거라고 어깨를 두드리는 응원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어디 갈 데 없는 사람이 막다른 골목에 몰려 하는 게 보험(다단계) 아냐?

 

보험(다단계) 일 한다고? 내겐 말도 꺼내지 마. 보험(다단계)이라면 지긋지긋하니까!

 

주변에 영업하다 성공한 사람 한 명도 못 봤어. 당장 그만두는 게 어때?

 

 

일리 있는 반응들이고 어째서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 잘 알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느낀 두려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파는 아이템에 따라 그걸 파는 이의 가치까지 쉽게 매기려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방문 판매와 영업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에는 상당한 편견이 담겨 있다. 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보험과 다단계 영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판매하고 다루는 사람, 즉 영업을 담당할 사람을 방만하게 채용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인맥에만 기댄 주먹구구식 영입 방식은 영업 성과에도 영향을 미쳐 영업하는 쪽과 영업 당하는 쪽 모두에게 유쾌하지 않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건 보험상품이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정교하게 변해 왔듯이 보험설계사의 업무 내용과 설계사를 육성하는 보험사의 교육 수준도 함께 성장했다는 점이다. 편견의 뿌리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삶을 이어가기 위한 소득이라는 직업적 목표에 더해 그런 편견을 바꾸려 노력하는 개념 있는 설계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깨달은 교훈이 있다면 직업적 성공 여부를 반드시 보수의 크기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높은 소득을 마다할 사람이야 없겠지만 소득의 크기와 직업적 만족도가 반드시 같진 않다. 비단 영업만이 아니라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렵기 마련이며 어느 분야에서든 시작만큼 중요한 건 나를 믿는 일이다. 내가 하려는 일에 믿음이 없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고백하자면 나도 처음부터 원대한 야망을 품고 보험 영업을 시작한 건 아니다. 중년의 나이에 닥친 시련 앞에서 내 인생의 재무설계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고 재무설계를 위해 넘어야 할 여러 종류의 문턱 중 그래도 보험회사가 다른 곳보다 낮아 보였다. 그렇게 발을 들인 영업의 세계에서 어느덧 10년에서 조금 모자란 세월을 보냈다. 그동안 업적으로 일등을 해본 적은 없지만 커다란 부침 없이 가족과 나의 일상을 꾸려왔고 이렇게 보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지면도 주어졌으니,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하자면 성공 쪽에 더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얼마 전 직업으로서의 보험설계사에 관해 내게 개인적으로 문의한 지인이 몇몇 있었다. 보험 영업을 오래 할 수 있었던 나만의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본인도 보험설계사 일에 도전할 수 있을지를 물어왔다. 솔직히 그 순간 꽤 놀랐다. 지금껏 보험이라는 두 음절에 붙어있는 편견을 없애려 부단히 애를 써온 건 사실이지만 내 직업에 대한 호기심과 호의를 먼저 표현하는 상황은 상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태도와 평판이 중요한 이 세계에서 내가 그래도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라는 안도와 그간 내가 보험설계사로서 느낀 직업적 보람을 전할 기회가 왔다는 반가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심장이 뛰었다.

 

직업으로서의 보험설계사는 어떻습니까?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기는 조금 어렵다. 교과서적인 말 같지만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존재하기에 그 어떤 것에도 100%는 없다. 그러나 이거 하나는 제대로 말할 수 있다. 제대로 쌓은 신뢰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 보험 영업은 오늘 발로 뛴다고 내일 바로 성과가 나는 분야가 아니라 지치기 쉽다. 믿음이라는 이름의 씨앗을 심어 농부처럼 성실하게 물을 주고 밭을 가는 일, 그렇게 영근 열매를 다시 사람들과 나누는 일의 순환을 통해 다음 계절에 다시 씨앗을 뿌릴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이 직업으로서의 보험설계사라 말하고 싶다.

 

때로는 뜨거운 뙤약볕도 견뎌야 하고 매서운 칼바람을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날도 있다. 내가 그 시간을 견디는 건 비단 달콤한 열매 때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나를 바라보고 내가 바라보았던 사람들이 남는다. 일이 예상한 만큼 유연하게 흘러가지 않을 때면 고마운 사람들의 목록을 읽는다. 내게는 그 목록이 시(詩) 같다. 그리고 어느 한 구절에서 서성이다 연락한다.

 

오늘 저와 차 한잔할까요?

 

직업으로서의 보험설계사는 고독할 틈이 없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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