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호식 기자ㅣ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중인 영풍이 3분기 영업적자 주요 원인으로 '연간 1000억원의 환경투자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올해 환경개선 충당부채로 처리한 비용은 1억원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환경투자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회계상 관련 비용이 1억원대에 불과한데도 이를 실적악화의 원인이라고 설명하면서 회계적용 방식과 기재내용, 그리고 대외설명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이 올해 3분기까지 새롭게 쌓은 환경 관련 충당부채는 1억3232만원입니다. 영풍의 환경 관련 충당부채는 ▲토지정화 ▲복구 ▲반출 ▲지하수정화 등 총 네 종류입니다. 이 가운데 복구 충당부채로만 올해 1억3232만원을 추가로 쌓았습니다. 토지정화, 반출, 지하수정화에서 새롭게 쌓은 충당부채는 0원입니다.
복구 충당부채란 하천 복구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쌓는 돈을 뜻합니다. 영풍의 최대 사업장인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영풍에 있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는 데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쌓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3분기까지 하천 복구를 위해 새롭게 쌓은 돈은 1억원 가량인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영풍이 3분기 영업적자 원인으로 설명한 '연간 1000억원의 환경개선 투자'와 맞지 않는다는 게 업계 지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개선을 위해 쌓은 충당부채를 살펴보면 환경투자에 대한 영풍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구석이 적지 않다"며 "영풍은 기존에 구축한 설비(무방류시스템)를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100억원의 비용까지 합했을 시 매년 환경개선 위해 투자하는 돈이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시설 운영비를 투자금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어디에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영풍이 논란을 의식해 4분기 환경개선 충당부채를 크게 늘릴 가능성도 있는데, 3분기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태에서 4분기에 1000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새롭게 추가될 경우 영풍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영풍은 2021년부터 환경개선 분야 충당부채 등 환경개선 사업에 7000억원 투자 계획을 세우고 매년 1000억원 이상씩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영풍은 2020년에 처음으로 토지 정화와 석포제련소 주변의 하천 복구를 위해 총 608억원의 충당부채를 설정했습니다. 이후 환경오염물질 처리와 지하수 정화·복구 비용이 추가되면서 2021년에 806억원, 2022년에 1036억원, 2023년에 853억원, 2024년 3분기까지 1억원대 충당부채를 추가로 설정했습니다.
영풍이 환경 개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은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포제련소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8개월간 처리한 제련 잔재물의 비중은 전체 잔재물의 23.7%에 불과합니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잔재물 처리 속도가 너무 느려, 내년 말까지 잔재물을 전부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2022년말 환경부는 석포제련소에 통합환경허가를 내주면서 2025년말까지 제련 잔재물을 모두 처리할 것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은 석포제련소 환경 오염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숫자를 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며 "사업비 책정 근거와 사용처, 환경개선 효과 등을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영풍의 회계상 문제점을 발견해 감리를 위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