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한나 기자] #. A씨(65세)는 노후실손의료보험 청약서를 작성하던 중 투약 여부가 가입 심사항목에 포함돼 있어 보험설계사에게 작년부터 고혈압으로 인해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A씨는 보험설계사로부터 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가입이 어렵다는 안내를 받고 노후실손에 가입하지 못했다.
오는 4월부터 A씨와 같이 고혈압 등 약을 복용 중인 경증 만성질환자도 가입할 수 있는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된다. 보험가입 대상자를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가입 심사와 보장 항목에서 투약(통원 처방조제)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최종구)는 금감원·보험개발원·보험업계와 함께 1년간(작년 1월~12월) T/F 논의를 거쳐 새로운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마련했다고 16일 밝혔다. 투약만으로 관리 중인 경증 만성질환자와 지금은 완치된 유병력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개발된 것이다.
그동안 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이나 질병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있는 국민을 위한 실손의료보험의 수요가 증가했지만 이러한 수요를 충족할 수 없었다. 현행 실손보험 상품은 치료 이력이 없고 건강한 경우에만 가입이 가능하고, 고령층의 의료비 보장을 위해 도입된 노후 실손도 일반 실손과 가입심사 항목이 동일해 사각지대 보완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4월에 출시되는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상품은 가입 심사항목·보장에서 투약이 제외돼 경증 만성질환자도 가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가입심사 완화(심사항목 18개→6개·치료이력 5년→2년·5년 이력 심사 중대질병 10개→1개) ▲‘착한 실손의료보험’ 기본형 상품과 동일 ▲자기부담률 30%(통원 외래진료 1회당 2만원·입원 1회당 10만원) 등의 특징이 있다.
먼저, 치료 이력이 있는 유병력자에 대한 실손의료보험의 가입 심사가 완화된다. 총 18개의 가입 심사 항목이 병력 관련 3개 사항, 직업, 운전 여부, 월소득 등 총 6개 사항만을 심사하도록 변경되고, 치료 이력과 중대질병 발병이력의 심사 대상기간은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된다.
5년 치료 이력과 발병이력을 심사하는 중대질병은 백혈병,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당뇨병 등 10개에서 1개(암)로 축소된다. 다만, 암의 경우 의학적으로 5년 간의 관찰을 거쳐 완치 판정하고, 전이·합병증 등이 광범위해 부담보나 보험료 할증 운영이 쉽지 않아 중대질병으로 분류했다.
또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보장범위는 대다수 질병·상해에 대한 진료행위를 보장하는 ‘착한 실손의료보험’의 기본형 상품과 비슷하다.
하지만,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 등 3개 비급여 특약은 실손 보장 확대가 시급한 진료항목으로 보기 어렵고, 유병력자 실손에 도입하면 보험료 부담이 증가해 제외됐다.
마지막으로, 보장대상의료비 중 가입자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금액(자기부담금)의 비율은 30%로 설정됐다. 가입자가 최소한 입원 1회당 10만원, 통원 외래진료 1회당 2만원을 부담하도록 해 무분별한 의료이용 등에 따른 보험료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실손 가입이 어려웠던 유병력자와 경증 만성질환자에 대한 의료비 보장 사각지대가 해소되길 기대한다”며 “실손의료보험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사적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보장공백을 해소하는 등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