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정부가 은행권의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규제를 더욱 강화한다. 대표적인 은행 건전성 지표인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 100% 이내 관리)’ 산정방식을 개선해, 가계대출에는 15%의 가중치를 상향 적용하고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15% 하향 적용한다.
또한, LTV가 60%를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고위험 주담대’에 포함시켜 BIS비율 산정 때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한다. 가계대출부문에 대해 ‘경기대응완충자본’도 도입해 가계대출이 늘어날 경우 추가 자본을 쌓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40조원의 가계신용 감소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최종구)는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등 개편방안’을 21일 발표했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지난 19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자본규제 등 개편 TF’ 마무리 회의를 열고 자본규제 개편 최종안을 확정한 바 있다.
◇ 예대율 산정방식 개선..가계대출에 가중치 부여
은행 예대율은 ‘(원화)예수금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로 100%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 대출금은 가계대출금과 기업대출금으로 나뉘는데, 현재는 두 부문이 1:1로 매칭되지만 앞으로는 가계대출금에 15% 가중치를 상향 적용하고 기업대출금에는 15%를 하향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선안이 적용될 경우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기업대출이 많은 지방은행 예대율은 오히려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1개 은행이 규제비율(100%)을 초과하는 등 시중은행 전체 평균 예대율은 98.1%(2017년 9월 기준)에서 99.6%로 상승한다.
한편, 예대율 상승으로 예수금 조달이 증가하더라도 시장금리가 급격히 변동할 우려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시중은행이 대출금 감소없이 현재 예대율(98.1%)을 유지하려면 약 11조원의 추가 예수금이 필요한데, 이는 총예수금(약 856조원)의 약 1.3% 수준으로 비중이 크지 않다.
이번 예대율 산정방식 개선안은 은행들의 준비기간(6개월 유예기간 부여)을 감안해 올 하반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기업부문 간 자금배분 유인구조 개선이 주목적인 만큼, 기업대출이 없는 은행(인터넷전문은행)은 종전 방식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 ‘LTV 60% 초과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 등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구조개선 등을 위해 ‘고위험 주담대’에 대해 BIS비율 산정 때 높은 위험가중치(RW, Risk Weight)를 적용 중이다. 만기일시상환대출이나 3건 이상 다주택 담보대출자는 RW 50%, 만기 때 원금상환 10% 미만 대출은 RW 70% 등이다. 일반 주담대의 RW는 35% 수준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LTV 60% 초과 주담대의 RW를 기존 35%에서 70%로 2배 상향한다. 다만, 은행별 BIS비율 하락 등의 영향을 감안해 RW를 2년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보완방안 등이 검토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은행권 평균 BIS비율이 최대 약 0.14%p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계부문에 대한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거시건전성 규제로, 과도한 가계대출 팽창에 대해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신용 팽창기에 추가 자본을 적립토록 해, 가계부문 신용공급량을 조절하고 은행시스템 복원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금융위는 적립판단지표와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적립비율’을 결정한다. 이후 은행별로 가계신용 비중에 따라 추가자본을 적립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금융위가 가계대출에 1% 적립비율을 결정하면, 가계신용 비중이 50%인 은행의 경우 0.5%(1%×0.5) 추가 자본적립 의무가 발생한다.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은 판단지표 시뮬레이션 등 세부 모형설계를 거쳐 내년부터 도입·시행될 예정이다. 기존 경기대응완충자본과 마찬가지로 미충족 때 이익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및 성과연동형 상여금 지급제한 등의 조치가 적용된다.
정부가 이러한 자본규제를 통해 노리는 것은 금융의 ‘생산적 자금중개 기능’ 회복이다. 이에 따라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역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다. 예를 들어. 은행경영실태평가 때 경영관리 부문에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 항목을 신설하고 별도의 평가 가중치(예: 5%)를 신설하는 등이다.
정부는 이번 자본규제로 향후 3년~5년 사이 최대 40조원 내외의 가계신용 감소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 가계대출 감축 유인이 최대 11조원, 주담대 감축유인(전 금융권 포함)은 최대 36조원이며 두 감축유인의 중복되는 부분을 제외한 수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자본규제 개편에 대해 “금융 본연의 자금중개기능을 회복하고, 생산·혁신적 분야로 자금이 배분될 수 있도록 금융 유인체계 전반을 재설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