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지난달 초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발생한 이른바 ‘슈퍼카 사고’의 피해보상 문제와 관련해 호텔 측의 부적절한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롯데호텔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배상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사실상 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을 통해 피해배상에 따른 손실보전을 시도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인더뉴스 취재 결과, 롯데호텔과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 10일 70대 모범택시 운전기사가 롯데호텔 입구 주차장에서 일으킨 고가차량 연쇄충돌 사건의 피해배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호텔은 사고가 난지 3일 뒤인 지난달 13일, 롯데손해보험에 가입해 둔 주차장영업배상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의뢰했다. 이에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한 달 동안 보험금 지급가능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택시 사고가 나고 난 뒤 주말 동안 내부적으로 배상방법을 논의했다”며 “이 과정에서 (가입한)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함께 검토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보험금 지급여부에 대해선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롯데호텔이 롯데손해보험을 통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행위에 대해서 보험 업계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 앞에선 “법적 책임없지만, 인도적 보상”..뒤로는 ‘법적 책임’ 찾기
가장 먼저 기업의 윤리성·신뢰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3일 송용덕 롯데호텔사장은 언론을 통해 “고령의 기사가 사고 전체를 변상하기에는 엄청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개인 보험액을 제외한 모든 배상금액을 호텔에서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롯데호텔 측은 “회사로선 법적 책임은 없지만 인도적·도의적 차원에서 보상을 결정했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보여준 선행을 따라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호텔은 같은 날인 13일 롯데손보에 ‘보험금 지급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따지는 일을 착수했다. 앞으로는 언론을 통해 “법적 책임이 없다”고 공언하면서 뒤에서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자신(롯데호텔)의 법적인 책임을 찾기 시작한 셈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롯데호텔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공공연히 밝혔으면 그 약속을 지키면 되는 것”이라며 “법적인 책임이 없다 해놓고, 돌연 법적인 문제를 따지고 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보험금 지급 위해 책임 찾기..‘쉽지 않아’
롯데손해보험은 ‘법적으로 호텔에서 잘못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부분을 명확히 밝혀야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규명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이 가입한 ‘주차장 영업배상책임보험’은 주차업무의 수행으로 인해 차량 등에 재물손해를 끼친 경우를 배상하는 보험이다. 즉, 롯데호텔이 보험금을 받으려면 사고에서 발생한 피해 혹은 손해가 보상대상자(보험가입자인 롯데호텔)의 과실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경찰조사 결과, 택시기사가 단독으로 낸 사고로 명확히 밝혀져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택시가 주차장 화단을 들이받는 과정 중 호텔 측의 수신호에 문제가 있는 등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손보업계 관계자는 “사고의 책임자가(택시 운전기사)가 명확한 상황에서 주차장 영업배상책임의 적용을 검토하는 게 타당한 지 의문”이라며 “롯데호텔도, 롯데손해보험도 모두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받을 수 있는 돈 ‘최대 1000만원’..“받아도 문제”
롯데호텔이 사고가 난지 한 달이 됐지만, 현재까지 사고차량에 피해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호텔 측은 “피해차량에 대한 보험금은 금액이 명확하게 결정되면 지급할 예정”이라며 “이달 중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대 지급액은 1000만원이 될 것으로 롯데손보 측은 예상하고 있다. 수억원의 피해배상을 해야하는 롯데호텔에는 사실상 실익이 거의 없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롯데손해보험이 롯데호텔에 지불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 돈은 롯데손해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납입한 보험료다. 결국, 롯데호텔은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약속을 어기게 되는 셈이 된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롯데호텔이 바라는 대로 보험금을 받게 되면 액수가 작든 크든 간에 그 돈은 롯데손보에 가입한 고객의 보험료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결국, 모든 책임을 자신들이 지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가 아니겠느냐”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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