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칼럼

뚜벅이 남편, 파스타 먹으려고 90㎞를 달리다

Friday, October 31, 2014, 17:10:07 크게보기

[아내와 외식하기] ⑫ 서촌 엘라디


[라이프&스타일팀] 당차게 시작한 아내와 외식하기코너도 벌써 12회를 달리고 있다. 스스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가득 메우는 맛집 블로그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맛집 소개 기사보다 훨씬 진솔하고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글을 매 회 내고 나면 찬반이 극명하게 나뉜다. 특히 일부 반대파(?) 독자들 가운데 인더뉴스 편집장에게 커플천국, 솔로지옥을 조장하는 글을 왜 실어 실어주느냐는 항의까지 했었다고 하니 말 다했다.

 

하지만, 잘 읽고 있다는 평이 많으니 이 코너도 생존하는 것 아닌가 싶다. 애초의 기획의도는 이렇다. 내 돈 주고 사먹은 맛집 평. 꼭 최고의 맛집이 아니더라도, ‘평타내지는 가성비 굿소리를 듣는 동네 맛집까지 포괄해 기행을 다녀보자는 취지였다. 꼭 맛이 전부는 아니다. 필자도 남자지만, 남자들끼리 맛집 찾아가서 파스타 먹고 와인 한 잔 하는 게 좋나. (좋은 사람도 있겠다.) 그렇다. 아내와, 애인과, 가족과 함께 가야 더 의미가 있고, 돈 내고 먹은 보람(내지는 가오’)도 있다.

 

그래서 만들어졌다. 매일 같이 아내의 갑질에 시달리고(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완전한 갑이 어디 있나. 누구나 굽신거리거나 곤란한 일은 있게 마련이다), 성과의 압박에 스트레스 받는 남편들, 아내한테 폼 한 번 잡아보자고 이 말이다. 그냥 폼만 잡으면 아내에게 말발이 서지 않으니, 맛집을 핑계로 멘트 한 번 쳐보고 말이다. 서설이 길었다.

 

미안하지만 오늘도 염장질의 농도가 짙다.(이제 좀 중독이 됐으리라). 얼마 전 아내와 파스타 먹으려고 30를 돌아서 갔다. 2시간이면 해결될 일이 5시간 정도 걸렸다. 양재 인근에서 일을 보고 있었는데, 아내는 서촌에서 프랑스 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분당에 있는 장례식장에 가서 조문을 할 일이 생겼다.

 

경영학적으로 보면 당연히 아내와의 약속을 미루는 것이 맞다. ‘양재분당57. ‘양재서촌분당90. 게다가 나는 뚜벅이. 2시간 이상 더 걸렸다. 아내는 만삭이다. 임신 7개월. 형님들이 우스갯소리로 임신할 때 안 해준 것은 평생간다고 하는데, 평생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갈굼이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물론 사랑하지. 그래서 결국 어 괜찮아라는 말과 함께 3호선 지하철에 올랐다.

 

엘라디(Elle a dit). 가게 이름이다. 불어 조금 하는 사람은 금세 아는 뜻이다. “그녀가 말했다.” elle이 영어 she랑 같은 말이고, a ditdire(말하다) 동사의 과거형이라는 프랑스어 교과서에서의 문구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 보니, 아직은 젊은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이내 나를 테스트한다. “오빠 이거 뭔 뜻이야.” 프랑스 가게니깐 프랑스어일테고, 이 사람 알려나 하는 심정일까. 어쨌든 당당하게 말해줬다.

 

여기는 샐러드가 양이 많고 맛이 좋다. 특히 첫 접시는 우아한 여자 사장님이 서브를 해줬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시고 오신 느낌이 확 든다.(확인은 안 해봄.) 아내에게 그 옛날(?) 2006년 스위스에서 열렸던 대학생 토론대회 참가기를 말해주지 않을 수 없다. 그때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떻게 놀았으며, 프랑스 녀석이 있어서 같이 프랑스로 넘어가, 걔네 집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말이다. 교과서에서 들을 법한 서양에서는 초대 받았을 때 감사 표시를 많이 해야 하고, 음식을 많이 먹는 게 미덕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는 말도 곁들여 줬다. 몇 번 들었을 텐데 지루하지 않아하는 아내가 고맙다.

 

바게트가 들어 있는 양파 수프도 시켰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옛날에 나는 양파 수프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멀건 국 같아서. 그런데 나이가 되니, 이상하게(?) 양파 수프를 좋아하게 됐다. 나는 닭요리, 아내는 파스타를 시켰다. 닭요리는 크림 베이스 파스타를 베이스로 나온다. 얼핏 먹어보면서 헷갈렸을 정도. 맛은 좋다.

 

웬일인지 내가 화장실을 간 사이 아내는 밥값을 내버렸다. “웬일이냐는 말이 입밖에 나왔지만, “왜 그랬냐고 물었다. 그냥 내고 싶었다고 한다. 빠듯한 살림에 근사한 외식을 잘 못하고 간만에 분위기 좀 내서 기분이 좋은 건가. 괜히 더 미안하다. 어째 11월 말에 있는 아내의 생일을 감안해 뭔가 생각하는 아이템이 있으려나.

 

데이트 이어가기

 

서촌 지역은 골목 골목에 괜찮은 숍이 많다. 함께 걸어다녀 보는 것 자체로도 좋은 데이트가 될 것이다. 우리 부부가 데이트를 한 날에도 동네에서 거리 공연이 있었다.

 

서촌 지역에서는 빈대떡과 칼국수 등으로 유명한 체부동잔치집도 있다. 파전, 두부김치, 김치전, 잔치국수, 비빔모밀, 들깨수제비 등 아무거나 시켜도 다 맛있다. 가격도 싸다. 다만 사람이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빔국수를 가장 좋아한다. 돌아가신 내 아버지 다음으로 비빔국수를 맛있게 하는 사람은 이곳 주방장 아닐까 싶다.

 

* ps 1. 이 글을 쓰고 며칠 뒤, 아내는 구두가 갖고 싶다고 했다.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 ps 2. 농담 반 진담 반 하나 하자. 흔히들 남녀 이성친구에게 구두 사주면 도망간다고 하는데, 또 사주면 안 도망간다. 결혼 한 뒤에는 그 돈이 그 돈이니 뭐 중요하지 않겠고.

 

* 엘라디(Elle a dit)

- 주소: 서울 종로구 옥인동 109

- 전화: 02-6677-0434

 

* 체부동잔치집

- 주소: 서울 종로구 체부동 190

- 전화: 02-730-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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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팀 기자 hopem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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