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법무부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이 해프닝에 그칠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측에서 먼저 “합의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한 뒤, 청와대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 실세 의원은 SNS를 통해 거래소 폐쇄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정부와 여당 내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11일 일부 언론에 따르면, 청와대는 법무부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추진’ 발언이 정부 차원에서 조율된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상기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의 입장이고, 다른 부처에선 다양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일단 정부 입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거래소 폐쇄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중간에 여러 대책이 마련돼 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입장 표명으로 인해 법무부장관의 발언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 주무부처 중 하나인 기재부도 박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 했고, 합의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장관의 발언은 정치권의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이것만이 답일까?’로 시작하는 포스팅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자금 해외 유출, 블록체인 등 기술 발달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밖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거래소 폐쇄 방침을 비판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가상화폐 시장은 급격히 요동쳤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박 장관의 발언 이후 한때 17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6시 현재 1900만원대를 회복했다. 비트코인은 오전 11시까지만 해도 2100만원을 넘어선 상태였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여기가 중국도 아니고 거래소 폐쇄는 공산국가에서 할 법한 일”이라며 “투기가 과열돼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한 점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부 내에서 협의되지 않은 사안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