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제해영 기자ㅣ부산대학교 연구진이 구리의 전기전도도를 유지하면서도 고온에서 산화를 방지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연구는 성균관대학교, 미국 미시시피주립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11일 발표됐습니다.
연구팀은 원자 한 층 두께의 차단막을 도입해 구리 표면의 산화를 막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ASE(Atomic Sputtering Epitaxy)법을 활용해 실리콘(Si)을 증착한 결과, 400℃에서도 구리의 산화가 억제됨을 확인했습니다.
구리는 일반적으로 상온에서도 산화가 발생하며, 온도가 높아질수록 산화 속도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정세영 교수 연구팀은 2022년 발표한 연구에서 구리 표면이 원자 한 층의 계단 형태(초평탄 표면)로 이뤄지면 상온에서 산화를 방지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열이 가해질 경우 초평탄 표면의 구리 박막도 산화가 진행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구리 표면의 산소를 고정하는 ‘고정 원소’를 도입해 산화를 방지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은 제1원리 계산을 활용해 다양한 고정 원소 후보를 조사한 결과, 실리콘이 가장 적합하다는 이론적 근거를 확보했습니다.
실험 결과, 실리콘이 증착된 단결정 구리 표면은 400℃에서도 산화를 견뎠으며, 일반 구리 호일도 300℃ 근처까지 산화가 방지됐습니다. 또한, 철(Fe)과 니켈(Ni) 등의 다양한 금속에서도 고온 산화(400℃)가 억제됨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실리콘이 ASE법을 통해 구리 표면에 원자 수준으로 증착되면 구리와 산소 사이의 결합을 방해해 강력한 결합층(Si-Cu-Ox, 사이콕스)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기술은 구리 본연의 전기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고온에서의 산화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구리는 전기 저항이 1.72 × 10⁻⁶ Ω·cm로 탁월한 전도성을 가지지만, 산화에 취약해 산업적으로 사용이 제한됐습니다. 기존의 화학적 코팅 방식은 전기 저항을 증가시키는 문제가 있었으며, 합금화 기술 역시 전도성을 보존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구리의 전기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고온 산화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전극 소재로서 구리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확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재료과학 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월 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습니다.
정세영 교수는 “구리의 산화 문제는 재료공학과 산업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였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획기적인 진보가 이뤄질 것”이라며 “구리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산업과 재료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정세영 부산대 명예교수, 성균관대 김영민 교수, 미시시피주립대 김성곤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습니다. 부산대 김수재 박사, 성균관대 김영훈 박사(현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박사후연구원)가 공동 제1저자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