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한국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로 절정에 이르렀던 중국과의 갈등이 완화되고 있다. 지난 31일 한중 양국이 사드 관련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중 간 갈등이 봉합국면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흐린 날이 지속되던 유통업계도 안개가 걷힐 전망이다. 정상회담 전까지는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반토막 났던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중 외교부는 지난 31일 '모든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궤도로 조속히 회복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간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사드 보복 조치를 가해왔던 중국이 누그러진 것이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중국의 입장 변화를 반기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가 보복의 표적이 됐던 롯데가 대표적이다.
특히 롯데마트는 중국 소방당국의 위생법 위반 조치와 불매시위 등으로 매장 영업이 중단됐고, 지금까지 피해액만 6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롯데마트는 지난 9월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고, 전 매장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 내 점포 매각 작업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한중 간 갈등이 봉합되면서 향후 롯데마트는 매각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한중 간)분위기가 좋아지면 아무래도 매각 진행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최근 중국 언론이 한국에 대한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자제한 것이 해빙 기류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최대 국영방송국인 중앙방송국 재경(경제)채널(CCTV-2)에서 CJ제일제당의 가정간편식을 집중 보도했다. CCTV측에서 먼저 가정간편식에 대한 취재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채널은 한국의 가정대체식품 열풍을 소개하면서 CJ제일제당의 연구개발(R&D)과 패키징 기술 등을 다뤄 간편식 시장을 알렸다. CCTV는 포장 용기가 친환경 재료로 전자레인지에 바로 조리가 가능한 용기로 제작한 점을 강조하면서 '비비고' 제품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가정간편식 '비비고'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미국과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계열사인 CJ푸드빌도 최근 동남아시아 진출을 접고, 중국 시장 확장에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CJ관계자는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현지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기존에 해오던 계획대로 제품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간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식품기업은 내년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사드로 인한 중국 법인의 부진으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 1분기의 경우 작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7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제품 연구개발·생산 전문가인 이규홍 부사장을 중국 법인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중국 법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애써 왔다. 기존 제과사업과 음료 등 신규사업의 기반을 정비해 중국 법인 규모와 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한다는 게 오리온의 설명이다.
농심의 경우도 중국 현지에서 신라면과 백산수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농심 중국 법인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27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485억원)보다 14.1% 감소했다. 농심 관계자는 “양국 간 관계 개선을 계기로 중국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현지 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