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미코바이오메드 인수 주체들이 공시 의무를 교묘히 피해가며 지분을 확보해 대규모 물량 출회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선 법인은 인수 대금의 60% 가량을 차입금으로 치렀고, 돈을 빌린 곳 중 일부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됐다.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으로 인수
11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코바이오메드는 최근 제이앤에쿼티파트너스라는 법인으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기존 대주주 미코는 제이앤에쿼티파트너스에 구주 300만주를 약 40억원에 매각했다.
제이앤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 2020년 자본금 1000만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서울시 강남구 소재 세토피아(현재 거래정지) 빌딩 7층 사무실에 주소를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없었고, 순손실은 8억원을 기록했다.
제이앤에쿼티파트너스는 사실상 외부 자금에 의존해 대주주에 올랐다. 구주 대금 40억원 중 24억원을 디에치투자조합과 휴림인베스트먼트라는 법인에게 빌린 것. 이 과정에서 공시상 오류도 드러난다. 휴림인베스트먼트의 실제 상호는 휴림인베스트먼트대부이지만, 공시 상에는 '대부'라는 단어를 뺐다.
휴림인베스트먼트의 서울시 서초구 소재 등록 주소지를 방문했지만 실질적인 영업 활동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 법인은 올해 9월 자본금 50억원에 설립됐다. 주요 인물에는 엄재연, 김주천, 문장석, 고은석 씨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해당 주소지에는 제이케이위더스라는 법인만이 존재했다. 제이케이위더스 관계자는 "휴림인베스트먼트 직원은 여기에 없다"고 말했다. 제이케이위더스는 지난 2021년 자본금 9억9000만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코스닥 상장사 대표인 박찬영 씨가 주요 인물에 등재돼 있다. 박 씨는 과거 디모아를 비롯해 유일엔시스(현재 상장폐지), 엔토리노(현재 상장폐지) 등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제이케이위더스를 중심으로 휴림 그룹 계열사 자금이 모인 정황도 드러난다. 지난해부터 다수의 휴림 그룹 계열사는 제이케이위더스가 무한책임사원으로 있는 각기 다른 합자회사에 총 수백억원 가량을 출자했다. 합자회사는 무한책임사원이 자금 운용 등 회사 업무 집행을 수행한다. 제이케이위더스 관계자는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답변은 오지 않았다.
장막 속 FI들..공시 의무 이하로 지분율 조정
대규모 구주를 떠간 FI들의 정체도 불분명하다. 대표적으로 150만주를 약 20억원에 사들인 리튬코리아는 서울시 강남구 소재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려놓은 상태다. 120만주를 16억원 가량에 사들인 담당이라는 법인도 행방이 묘연하다.
리튬코리아가 주소를 등록한 공유오피스 건물에는 최근 본점 소재지를 변경한 퀀타피아(옛 코드네이처·현재 거래정지)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퀀타피아는 재작년 리튬코리아의 전환사채(CB)를 취득했고, 지난해 조기상환 청구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FI들도 여러 상장사에서 모습을 두루 보여왔다. 더플러스2호투자조합에는 1998년생인 권현선 씨가 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권 씨는 과거 비투엔에서 등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니1호투자조합의 경우 최근 영풍제지 유상증자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조합 대주주인 블랙써밋이라는 법인은 과거 메디콕스에도 등장했다. 서울시 강남구 소재 등록 주소지에서 블랙써밋 관계자는 "미코바이오메드는 처음 들어본다"며 "관련 직원한테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답했지만 이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들 FI는 이번 M&A 과정에서 일제히 공시 의무를 교묘하게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I 이외에 구주를 사들인 법인의 지분율이 5%를 넘지 않게끔 맞추며 모두 공시 의무에 해당하지 않게 된 상황.
실제로 237만여주(지분율 약 5.4%)를 사들인 더플러스2호투자조합은 지난 6일 70만주를 장외매도하며 지분율을 3.8%가량으로 낮춰놨다. 250만주(지분율 약 5.7%)를 사들인 비니1호투자조합도 리튬코리아와 임희연 씨에게 보유 중인 주식을 장외매도하며 지분율을 약 4.8%로 낮춘 상태다.
지분이 5% 이하일 경우 공시 의무가 없어 자유롭게 장내에서 주식을 팔 수 있다. 즉 대규모 물량이 쏟아져도 시장에서는 매도 시점과 주체를 알 수 없게 된다. 이들 FI 지분에는 보호예수가 걸려있지 않아 언제든지 대량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제이앤에쿼티파트너스를 제외한 물량은 총 757만여주로 FI는 주당 1324원에 구주를 사들였다. 미코바이오메드의 주가는 11일 종가 기준 1810원으로 대규모 차익 실현이 가능한 상태다.
또한 신주 발행으로 인한 물량 출회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잭나이트조합을 대상으로 10억원 규모 유증을 예고했다. 해당 물량에는 보호예수가 없어 총 67만여주의 신주가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 신주 발행가는 1471원으로 납입 예정일은 오는 13일이다.
'거래정지 사태' 엔케이맥스 주역들의 무대 이동
미코바이오메드는 오는 2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유형석, 최형남 씨 등 최근까지 엔케이맥스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엔케이맥스는 올해 감사의견 거절 등을 이유로 주가 폭락에 이어 거래가 정지된 곳이다.
엔케이맥스의 지난해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108억원, 36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66억원, 431억원이다. 엔케이맥스는 현재 회생절차를 진행 중으로 최근 관계사 엔케이젠바이오텍이 엔케이맥스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코바이오메드는 2013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는 등 10년 넘게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54억원을 기록했고, 순손실은 258억원으로 매출액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72억원, 192억원이다.
또한 회사는 불성실공시법인이라는 꼬리표도 달았다. 지난 8월 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공시와 함께 유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가 한 달 만에 철회된 탓이다. 이에 거래소로부터 공시 위반 제재금 48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관련기사 참조☞[한계기업 진단] 미코바이오메드 ①정체불명의 인수 주체들…불안한 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