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기아자동차가 최근 내놓은 신형 쏘렌토가 출시 직후부터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계약이 친환경차 인증 실패로 잠정 중단됐기 때문인데요. 기아차는 날아간 세제 혜택을 전액 부담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노조는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는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박한우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날은 신형 쏘렌토가 국내에 출시된 날인데요. 300억 원에 달하는 고객 피해 보상금과 신차 양산 지연을 초래한 경영진에 책임을 물은겁니다.
기아차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하이브리드 친환경차 인증 실패라는 말도 안 되는 사측의 실수로 고객 신뢰 추락, 브랜드 이미지 훼손, 양산 지연 등 경영 손실을 빚게 됐다”며 “기아차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들과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은 주주분들게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기아차는 지난달 21일, 신형 쏘렌토의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사전계약을 하루 만에 중단했습니다. 신형 쏘렌토는 정부의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친환경차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기아차가 사전계약 당시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1000~1600CC 미만의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차로 인정받으려면 15.8km/ℓ 이상의 복합연비를 달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5.3㎞/ℓ에 그쳐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최대 장점은 개별소비세, 교육세, 취득세 등 세제혜택으로 꼽히는데요.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는 디젤(14.3km/ℓ)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세제혜택이 없다면 사실상 경쟁력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지난 6일 하이브리드 사전계약 고객에 대한 보상안을 내놨는데요. 친환경차의 세제혜택을 스스로 부담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약 2만 6000여 대에 달하는 신형 쏘렌토의 사전계약량 가운데 하이브리드 비중은 절반에 달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격과 계약재개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기아차 노조는 “차량의 상품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 영업까지 철저히 검증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노조가 좀더 상품개발에 관여했더라면 이러한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인 기아차에서 연비 0.5km/ℓ 차이로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한 건 현장의 노동자들도 이해할 수 없는 문제”라며 “하지만 이번 문제로 막대한 손실을 끼친 경영진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데, 신차 개발과 양산 등 국내사업부를 총괄한 박한우 사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300억 원이 넘는 고객 보상금과 생산 차질 5980대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손실액이 2400억 원에 달한다는 입장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신형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문제로 지난달 17일로 예정됐던 양산 시작일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후 13일이 지난 이달 5일이 되어서야 선행 양산에 들어갔는데요. 하이브리드 문제로 기아차의 주가도 4만 1300원(2월 19일)에서 3만 5300원(3월 2일)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노조는 박 사장이 퇴진하지 않을경우 법적인 조치에 나서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는데요.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내부 진단과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확고한 개혁 의지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기아차는 실망감을 안긴 고객들에게 적극적인 보상을 해야 하며, 노조는 품질 좋은 차량을 적기에 생산해 고객들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