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AI 전환(AI Transformation, 이하 AX)'에 투자하며 차세대 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거 디지털 전환(DX)의 시기를 넘어 AI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 내에서 생존하고, 나아가 ▲생산성 혁신 ▲비용 절감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DX에서 AX로…산업 경쟁의 해법으로 떠오른 AI
2010년대 들어서 국내 기업들의 주된 화두는 DX였습니다. DX는 문서·업무의 디지털화와 정보 시스템 구축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ERP(전사자원관리), 클라우드 시스템, 모바일 업무 환경, 전자결재·문서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 작업이 추진되었고 이를 통해 축적된 디지털 데이터가 업무에 활용되었습니다.
하지만 DX에도 한계는 있었습니다. 기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쌓인 대규모 데이터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며 기업들은 이 문제를 AX로 해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축적된 대규모 데이터를 사람이 아닌 AI가 직접 분석·판단·예측하고 나아가 수행까지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산업 환경의 변화도 기업들이 AX로 고개를 돌리게 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주력 산업인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산업들은 중국 기업의 추격, 미국과 유럽의 기술 규제, 공급망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이전보다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원가 절감에 더해 품질까지 신경 써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생산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AI 기반 생산 관리 시스템이라는 해결 방안을 찾게 됐습니다. AI 기반 생산 관리 시스템은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불량률을 줄이고 설비 가동률을 최적화해 줍니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AX 세미나'를 통해 지난해 AI 기반 생산 체계 도입한 이후 2000억원 이상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인구와 정부 지원까지…"AX가 해법이다"
AX는 한국 사회의 주된 문제로 언급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법으로도 평가받습니다.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보니 생산가능인구도 함께 줄어들며 인건비는 늘고 고용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단순 반복 업무를 AI에게 맡기고 인력들을 창의적·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AX가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 역시 AI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데이터 인프라와 AI 인력 양성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AX 전환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AX 도입 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의 이점이 있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AX라는 변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AX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선택 아닌 필수 될 것
전문가들은 AX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닌 향후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체질 개선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 업계 관련 전문가는 "AX는 특정 산업의 이슈가 아니라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AI를 얼마나 빠르게 전사에 안착시키느냐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장 전망도 AX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AI 도입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 경제에 약 13조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GDP 대비 약 16% 증가, 연평균으로는 1.2% 추가 성장에 해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기관 가트너는 2027년까지 대기업의 75% 이상이 AI를 활용한 전사적 프로세스 자동화를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AX에 집중하는 국내 기업과 정부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패러다임에 맞춰 발빠르게 AX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생산 시스템 전반에 걸쳐 AI를 도입해 3년 내 업무 생산성 30% 향상과 OLED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희동 LG디스플레이 설계AI팀장은 AI 기반 생산 시스템에 대해 "이형 디스플레이와 네로우 베젤을 요구하는 시장에서 설계자가 신호 배선별 보상 패턴을 다르게 설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라며 "이 설계가 기존에는 3~4주 소요됐는데 AI를 적용한 설계 자동화를 통해 8시간으로 줄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000660]도 최근 반도체 업무에 특화된 생성형 AI 플랫폼 '가이아(GaiA)'를 개발했음을 알리며 사내 AX 가속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업무에 특화된 생성형 AI 플랫폼 가이아는 부서·업무별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으며 피드백 루프 체계를 통해 현업 도메인의 지식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합니다. ▲비즈(Biz) 특화 ▲LLM Chat(거대언어모델 챗) ▲에이닷 비즈(A. BBiz) 등 3종의 생성형 AI 서비스로 구성됩니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에이전틱 AI를 반도체 산업에 특화해 개발하고 전사적으로 접목해 업무 효율성과 혁신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올해는 에이전틱 AI를 더 고도화하고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을 개발해 또 한 번의 생성형 AI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AX 전환을 통한 수익 모델 창출에 나선 기업도 있습니다. KT[030200]는 공공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AI 솔루션 공급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착수하며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행정업무에 생성형 AI 기술을 본격 적용하는 AX 사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AX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AI 전환에 얼마나 빠르게 성공하고 적응하는지에 따라 미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최근 발표한 국정과제 123개 가운데 '세계 1위 AI 정부 실현'을 주요 과제로 담기도 했습니다.
AX는 AI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영역인 만큼 인재 양성 역시 중요합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X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 확대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4일 "인공지능(AI)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토대로 AI 활용 능력을 키워가야 한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AX 양성을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도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