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링 하니스’ 수급 차질로 부평 1공장 이틀간 ‘셧다운’
中 부품공장 가동률 10% 미만..생산중단 사태 장기화 조짐
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한국지엠의 명운을 짊어진 ‘트레일블레이저’가 출시되자마자 판매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완성차업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부품수급 차질로 조업을 중단해왔는데요. 꿋꿋하게 버텼던 한국지엠마저 공장 가동중단을 결정하면서 트레일블레이저가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1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한국지엠 부평 1공장이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생산을 중단합니다. 부평 1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유일한데요. 이번 공장 가동중단 여파로 트레일블레이저 20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한국지엠의 부평 1공장은 현재 1시간에 63대씩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해왔습니다. 주간 8시간, 야간 9시간 30분씩 공장이 운영되는 점을 감안할 때 하루 1000여 대가 만들어지는 셈인데요. 이틀 동안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트레일블레이저 고객들의 차량 인도 시점도 늦어지게 될 전망입니다.
한국지엠이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을 중단하게 된 이유는 중국에서 공급받아온 ‘와이어링 하니스’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한국지엠을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4개사는 일제히 ‘셧다운’ 사태를 겪었는데요. 차종마다 부품을 여러 경로로 수급(멀티소싱)받는 한국지엠은 정상 가동을 이어왔지만, 결국 재고 부족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황해창 한국지엠 노조 정책실장은 이날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랫동안 생산해온 트랙스, 스파크, 말리부는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최소 다음 주까지 버틸 수 있다”면서도 “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신차이기 때문에 부품 재고 확보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부품 협력사의 중국공장이 10일부터 생산을 재개했지만, 현지 노동자의 출근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중국산 부품들이 우리 공장에 투입되기까지 나흘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중단 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 실장에 따르면 GM은 본사 임원진들을 중국으로 파견해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이틀만 공장 문을 닫지만, 협력사들의 공장 가동률이 오르지 않으면 생산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게 노조의 관측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다른 완성차회사들과 달리 멀티 소싱 방식으로 부품을 수급받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았다”며 “다음주에 이틀을 쉬게 됐지만 수요일(19일) 생산 재개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경영정상화를 위한 핵심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 10일에만 300대 가량 계약되는 등 순항하고 있다”며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 차질을 최소화해 판매 확대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셧다운에 들어갔던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1일부터 인기차종 위주로 생산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르노삼성차는 11일부터 14일까지 공장가동을 중단한 뒤 월요일인 17일부터 조업을 재개합니다. 지난 4일부터 공장 문을 닫았던 쌍용차는 13일부터 공장을 정상화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생산을 재개한 현대차 울산공장도 예상보다 부품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국 부품공장의 출근율이 저조해 가동률이 1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오는 15일 예정됐던 특근을 취소하고 제네시스 GV80·팰리세이드·싼타페 등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