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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맞은 남양유업 20Q 만에 흑자…‘사명 빼고’ 다 바꾼다

새 주인 맞은 남양유업 20Q 만에 흑자…‘사명 빼고’ 다 바꾼다

2024.11.26 09:00:21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한앤컴퍼니를 새 주인으로 맞은 남양유업이 6개월 만에 경영 성과를 냈습니다.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포트폴리오 재편에 힘을 쏟은 결과입니다. 준법 경영 의지와 백미당 확장 계획을 밝히며 변화에 대한 의지도 나타났습니다. 올초 사명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남양유업은 ‘이름 빼고 다 바꾼다’는 각오로 수익성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26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됐습니다. 3분기 영업이익이 5억9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56억원 손실) 대비 흑자 전환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45억원 손실에서 올해 4000만원으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남양유업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분기 흑자를 기록한 건 2019년 2분기 이후 20분기 만입니다. 1964년 창립한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로 분유를 생산하고 90년대 중반 '아인슈타인' 우유 등이 인기를 끌며 크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대리점 갑질 사건, 경쟁사 비방 댓글, 외손녀 마약 투약 등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고 도덕성을 지적 받으며 대표적인 불매운동 기업으로 낙인찍혔습니다. 2021년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파문은 오너 리스크의 정점으로 지목됩니다. 온 국민이 유례없는 전염병 확산 공포에 떨던 시기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고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침체한 국내 유업계에서 경쟁사들이 신사업 발굴에 몰두할 동안 남양유업은 한앤코와 법정 분쟁으로 3년이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실적 부진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남양유업의 연매출은 2019년 이후로도 근 1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곤두박질쳤습니다. 영업이익은 2018년 86억원, 2019년 4억원에서 2020년 771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2020년부터는 매년 700~800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도 7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 남양유업 최대주주에 오른 한앤컴퍼니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교체하며 ‘경영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오너를 정점으로 하는 기존 대표이사제를 폐지하고 이사회가 의사결정 및 감독 기능, 집행임원이 회사 업무를 전담하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체질 개선의 첫 번째 조건으로 경영 효율화를 꼽았습니다. 먼저 돈이 안 되는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외식 사업부 중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를 비롯해 철그릴, 철화, 오스테리아 스테쏘 등 수익 기여가 적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 않은 사업들을 정리했습니다. 임대 계약 종료 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접었습니다. 외식사업은 2014년 론칭한 아이스크림커피 브랜드 '백미당'에 여력을 집중합니다. 남양유업은 지난 10월 별도 법인(백미당아이앤씨) 영업양수를 결정하고 분리 운영하기로 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백미당 론칭 10년 만에 전 매장 리뉴얼도 단행합니다. 브랜드 BI를 교체하고 베이커리 신메뉴 출시 등 라인업을 강화합니다. 전국 56개 매장을 연내 순차 리뉴얼할 계획입니다. 과거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던 당시 백미당이 남양유업 브랜드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 리스트에 함께 이름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백미당 정식 명칭(1964백미당)에 남양유업 창립년도가 들어가지만 남양유업이 백미당 브랜드 운영에 남양유업 상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일부로 백미당과 관련성을 숨긴다’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그런 백미당이 '불매운동 리스트'에서 불과 몇 년 사이 남양유업이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로 탈바꿈했다는 평이 나옵니다. 백미당 사업 확장을 두고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백미당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남양유업 브랜드 가치 향상에도 도움이 될 거란 판단입니다. 남양유업 측은 "이번 3분기 흑자 전환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 수익성 강화 중심의 경영 전략이 주효했다.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일부 외식 사업 등 부진 사업 및 제품을 과감하게 정리했다"며 "사업구조 재편은 물론 원가 및 비용 절감 등 경영 쇄신 활동도 펼쳤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10년 넘게 오너리스크에 휘청였던 회사인 만큼 준법 경영을 통한 투명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을 시작으로 올해 5월 준법 윤리 경영을 위한 대표집행임원 직속 ‘준법경영실’을 신설했습니다. 8월에는 ‘준법 윤리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고 각계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컴플라이언스 위위회’를 출범했습니다.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섰습니다. 올해 6월과 10월 각각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하고 자사주 231억원어치를 소각했습니다. 또 10대 1 액면분할을 결정하며 주식 액면가를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췄습니다. 소액 주주들의 투자와 유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 일가와 거리를 두며 흔적 지우기에도 나섰습니다. 최근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관련 허위 광고로 벌금형을 받은 사안에 대해 "항소 없이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홍 전 회장 일가의 200억원 횡령 의혹과 고가 미술품 소유권 분쟁에 대해 사실관계를 적극 해명한 바 있습니다. 신사업에서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022년 론칭한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은 경쟁사에 비해 시장 후발주자지만 오프라인 시장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편의점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마켓링크에 따르면 테이크핏은 올해 상반기 액상 단백질 음료 오프라인 시장(프로틴 함유 가공유, 프로틴 함유 플랜트밀크 제품 제외) 매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최근까지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올해 역시 적자가 예상되지만 주력 상품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한 만큼 경영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경우 내년부터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남양유업은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부진한 브랜드는 정리하고 수익성 높은 품목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입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외식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는 정리하고, 인지도가 높은 백미당은 키우기 위해 법인 분리와 리뉴얼을 하는 것"며 "브랜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백미당 사업을 확대하는 기조는 변화가 없으며 매력적인 상권이 있으면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