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지난 2월 서울시는 재건축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서초구 ‘반포3주구’와 ‘신반포21차’를 ‘서울시 클린수주 시범 사업장’으로 지정했습니다. 사업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설사들의 불공정 행위를 상시 단속해 근절하자는 취지였죠.
그러나 클린수주 사업장은 기대만큼의 역할을 못했습니다. 지난 5월 반포3주구에서 건설사가 조합원을 개별적으로 만나거나 SNS로 상대 회사를 비방했다는 등 언론보도가 쏟아지면서 빈틈투성이에 “말만 클린할 뿐 진흙탕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왔지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시 이곳에서 건설사들의 불법홍보가 난무했던 건 합법적으로 홍보할 기회가 애초에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나옵니다. 반포3주구는 ‘홍보기간’을 다른 사업지보다 비교적 적은 ‘10일’만 운영하도록 조합이 결정했던 게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현행법상 건설사들은 홍보기간에만 “우리에게 시공을 맡기면 언제까지 어떻게 아파트를 짓겠다”고 알리고 조합원의 표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외에 홍보하다가 3회 이상 서울시에 적발되면 입찰 무효 처분도 받을 수 있죠.
그러나 10일은 현실적으로 1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에게 사업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건설사들은 말합니다. 지방 거주 등 사유로 서울에 위치한 홍보관에 방문하기 어려운 조합원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기간 외 홍보를 전부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하면 외려 조합원의 정보접근성을 떨어뜨리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게 일부 건설사들의 주장입니다. 정보가 제한될수록 브랜드가 잘 알려진 건설사가 수주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컴퓨터도 살 때 며칠은 고민하는데, 수십억원의 내 아파트를 누가 지어야 가치가 보장될 지 열흘 만에 알 수 있을까요? 브랜드, 설계, 대출조건, 특화요소 등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워 잘 안 따져보고 투표한 조합원도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조합원의 선호에 따라 수천억원의 사업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 건설사들 입장에선 시의 경고를 감수하더라도 불법홍보를 하는 이유일겁니다.
이런 업계의 입장을 아는 공무원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집니다. 시민들이 증거와 함께 불법홍보를 여러 회 신고해도 원칙대로 대응하긴 쉽지 않습니다. 이 같은 제도의 허점을 아는 만큼 업계로부터 어떤 원성을 들을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울시 클린수주 사업장은 첫 출발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앞으로도 클린사업장이 도입될 때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이 제도는 실효성을 의심받게 될 겁니다. 관계당국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