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그룹의 실무를 떠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상징적 존재로 있던 자리까지 모두 떠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전 회장이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을 사임하며 두산그룹과 관련한 모든 직을 내려놓았습니다.
10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용만 전 회장이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에서 사임했습니다. 또한 박 전 회장의 두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010470] 부사장, 박재원 두산중공업[034020] 상무도 '전문 분야에 맞는 커리어를 위해 그룹 임원직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박 전 회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산그룹 내 퇴진소식을 알렸습니다. 박 전 회장은 "아들 둘이 다 독립을 하겠다고 했다. 부모로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가 맞는 일이다"며 "나도 연초부터 공언한 대로 그룹의 모든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그룹의 실무를 떠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상징적 존재로 있던 자리까지 모두 떠난다"고 공지했습니다.
박 전 회장은 "이제 이렇게 두산[000150]을 떠나는 것이니 나도 독립이다"며 "이제부터는 그늘에 있는 사람들 더 돌보고 사회에 좋은 일 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삼부자 모두가 각각 독립하는 셈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박 전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으로 본인이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8월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되면서 그룹 쪽에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타진했다는 후문입니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소외계층 구호사업 등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1955년생인 박 전 회장은 서울대,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지난 2012년 '형제경영' 전통에 따라 박용현 회장의 후임으로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습니다.
박 전 회장은 회장 취임 후 4년 뒤인 2016년 3월 조카인 박정원 현 회장에게 그룹 총수직을 넘겼습니다.
이후 박 전 회장은 2013년부터 맡았던 대한상의 회장과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3월 대한상의 회장 임기가 마무리되고 8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되면서 두산그룹 내 공식 직책은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만 유지해왔습니다.

재계에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유명한 박 전 회장은 지난 10월 말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당시 가톨릭계 인도주의 단체인 몰타기사단 한국 대표 자격으로 바티칸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 대통령의 면담을 특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은 로마 산티냐시오 성당에서 비무장지대(DMZ)의 폐철조망을 십자가로 만들어 전시한 ‘평화의 십자가’ 프로젝트를 주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