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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사 최옥찬의 MZ썰] ‘옥씨부인전’ 가졌기에 우월한 게 아니라 책임을 지는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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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December 15, 2024, 09:12:48

 

최옥찬 심리상담사ㅣ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연출: 진혁/극본: 박지숙/출연: 임지연, 추영우, 김재원, 연우, 손나은 등)은 과거 조선시대의 가장 낮은 계급이었던 노비 구덕이(임지연 분)의 삶의 이야기다.

 

노비 구덕이는 자신을 살리고 죽은 양반 옥태영(손나은 분)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노비에서 양반으로 신분상승을 한 구덕이는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살지 않는다. 외지부가 되어 사회적 약자들을 도우려고 했던 옥태영의 꿈을 이어받아 살아간다.

 

조선시대에 노비 수는 전체 인구의 40% 정도였다고 한다. 조선은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전쟁포로 등이 아닌 동족끼리 노비를 삼았고 재산으로 여겼다. 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양반이 된 구덕이(임지연 분)가 죽은 노비인 "백이는 개돼지가 아니야"라고 주장하지만, 죽은 백이에 대한 보상 가격은 동물인 말보다 낮았다. 당시 노비는 "아무리 나쁜 일도 주인이 시키면 노비는 해야 합니다.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주인을 해하면 죽게 되지요"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인권이 없었다. 보편적인 인권은 근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등장과 함께 가능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옥씨부인전>의 구덕이는 "저는 하늘 아래 모든 생명이 남녀노소 신분과 상관없이 모두 귀하고 평등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실현되려면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의의 사회이기에 구덕이가 말한 것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3일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3시간만에 국회가 이를 해제했다.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독재와 억압을 연상시키는 공포스러운 단어다. 그런데 2024년 말에 비상계엄을 다시 마주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것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비상계엄은 <옥씨부인전>의 구덕이가 당할 수밖에 없는 자유와 인권이 짓밟히는 폭력적인 상황을 만든다. <옥씨부인전> 1화에서 구덕이는 양반이 표현하듯이 '개돼지'같은 노비다. 그래서 구덕이가 표현하는 것은 억압되고, '멍석말이'라는 무자비한 폭력을 당한다. 한국인이라면 비상계엄이 어떻게 집단이나 개인에게 폭력적으로 일어났는 지를 경험적으로 안다. 만약에 잘 모르겠다면, 영화 <서울의 봄>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알아보면 된다.

 

드라마 <옥씨부인전>의 노비인 구덕이만 자유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자유를 갈망한다. 실존주의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게 자유를 빼앗기고 수용소에서 비참한 삶을 연명했다. 나치수용소에서는 양반이 구덕이 가족을 때리고 죽인 것처럼, 나치가 유태인을 쓸모없는 구더기처럼 여기고 죽였다. 나치수용소라는 환경 안에서 빅터 프랭클은 인간 대접을 전혀 받지 못했다. 유태인이 노비 구덕이처럼 개·돼지와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었다.

 

빅터 프랭클은 인간에게는 삶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는 궁극적인 자유가 있으며, 심지어 나치수용소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 자유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상관없이 삶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빅터 프랭클처럼 하기는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빅터 프랭클처럼 실존적으로 가능했다면 지독한 독재국가인 북한의 사회체제는 이미 무너졌어야 마땅하니까 말이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사회라는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자유를 추구하려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체제 안에 있어야 한다. 우리 중에는 빅터 프랭클과 같은 소위 '멘탈갑'이 많지도 않지만, 아동·청소년에게 어떠한 환경에서도 삶의 의미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면 <옥씨부인전>의 노비 구덕이(임지연 분)의 삶과 다를 바 없이 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구덕이는 가족을 지키고 살기 위해서 도망칠 준비를 한다. "제 꿈은 늙어 죽는 것입니다" 구덕이에게는 꿈이 있다. 즉, 삶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구덕이의 진정한 꿈은 "운이 좋으면 바닷가 작은 집에서 아버지랑 숨어 살 수 있으려나"라는 말에 있다.

 

실제 양반인 옥태영이 너는 꿈이 뭐냐라고 물을 때, "제 꿈은 아버지를 다시 만나 바닷가에 작은 집을 짓고 사는 것입니다. 행복하게"라고 말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구덕이의 꿈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소박한 꿈이었다. 그러나 옥태영으로 살면서 구덕이의 자기중심적인 꿈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으로 확장된다.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본 심리적 욕구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다. 인간은 유능감과 관계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때 가장 동기부여되고 행복을 느낀다. 구덕이의 자기만을 위한 꿈이 옥태영의 관계성을 중시하는 원대한 꿈으로 변한 것은 양반 신분이라는 환경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삶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환경이 중요한 이유는 원대한 꿈을 꿀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구덕이의 운명을 바꾼 양반 옥태영은 "난 가졌기 때문에 우월한 것이 아니라 가졌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 난 아무 노력 없이 많은 것을 가졌으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이치에 맞다"라고 말한다. 특권층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일관적인 삶의 태도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 사회정치적으로 많이 가졌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그 사람 참 못 됐다’라는 평가와 비난보다는 ‘그 사람 참 안 됐다’라는 이해와 공감을 직업으로 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내 마음이 취약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잘 받다보니 힐링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주 드라마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찾아서 소비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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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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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뼈아프게 반성 중…보안을 넘어 안보란 생각으로 개선할 것”

최태원 SK 회장 “뼈아프게 반성 중…보안을 넘어 안보란 생각으로 개선할 것”

2025.05.07 11:19:21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번 SK텔레콤의 사이버 침해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정보보호혁신위원회 출범 등을 통해 그룹 보안 체계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7일 오전 서울 종로 SK T 타워에서 열린 SKT 일일 브리핑에 참여해 "최근 사이버 침해 사고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다"라며 "SK그룹을 대표해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통이 부족했고 이 부분에 대해 뼈아프게 반성 중이다"며 "정부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하겠다"라고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현재 혼란을 빚고 있는 유심 교체는 진행하지 않고 유심보호서비스에만 가입했음을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SK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보안 체계를 재점검하고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그는 "가능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안 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를 위주로 구성된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구성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여태껏 IT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보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라며 "단순한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방이라고 생각이 들며 보안을 넘어 안보라 생각하고 체계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위약금 면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최 회장은 "이용자의 형평성, 법적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며 SKT 이사회가 이 사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며 "이사회 멤버가 아니다 보니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라고 답했습니다. SKT는 6일 18시 기준 유심보호서비스 누계 가입자는 2411만명으로 SKT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이용자들도 100% 가입이 완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일 시간 기준 유심 교체 누적 이용자는 107만명이라고도 부연했습니다. 또한, 아직까지 이번 해킹 공격으로 인한 피해나 사고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고도 말했습니다. 현재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는 이용자는 로밍 요금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SKT 관계자는 "연휴 기간 동안 공항에서의 유심 교체 처리 용량을 3~4배 늘려 진행했으나 그럼에도 출국하는 이용자들에게 불편이 있었던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14일을 목표로 유심보호서비스와 로밍 요금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로밍 요금제를 이용하면서도 서비스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 회장은 오는 8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청문회에는 유영상 SKT CEO가 출석해 사태에 대한 질의에 답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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