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브니야 화장실 좀 다녀올게. 매장 잘 부탁해~.”
편의점 점주가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말하자 인공지능 로봇 '브니'는 곧바로 '무인 점포 모드'로 전환했다. 출입문과 시스템이 연동돼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면 인지하고,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후 고객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이 따라간다.
세계 최초로 핸드페이 결제 기능을 탑재한 인공지능 로봇 '브니'가 선을 보였다. 로봇 브니는 28일 세븐일레븐의 시그니처 1호점이자 테스트 매장인 롯데월드타워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통업계는 인공지능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로봇이 간단한 인사, 매장 위치 설명, 오락 등 단순한 기능 위주로 재미 요소가 강했다. 최근에 개발된 로봇은 감정 섞인 대화, 고객 얼굴 인식, 결제, 자가 진단이 가능해 한층 고도화되고 있다.
실제로 로봇 '브니'는 고객과 직접 눈을 마주보며 인사를 주고 받는다. 핸드페이 등으로 상품 결제가 가능하며, 시스템 자가 진단을 통해 이상 유무도 체크한다. 무엇보다 고객 얼굴을 인식해 재방문 고객에 다른 접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븐일레븐은 향후 기술적 보완을 거쳐 단골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프로모션 제공까지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북극곰을 본따 만든 로봇 '브니'는 7가지 표정을 짓는다. 기분에 따라 눈과 입모양이 변하며 감정을 표현한다.
박진용 건국대 교수(한국유통학회 편집위원)는 “로봇 기술이 얼마나 훌륭한지 말하기 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술 수혜자인 고객 입장에서 한 발 더 다가간 서비스로 향후 미래 스마트 점포를 어떻게 구현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1~2년 내에 로봇 '브니'의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현재 브니는 스마트 편의점인 시그니처 1호(롯데월드타워점), 2호점(롯데카드 본사)의 기존 무인 계산대를 대신해 운영된다. 향후 오픈하는 시그니처 매장뿐만 아니라 일반 점포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시그니처 점포에서 테스트를 통해 접객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게 목표다”며 ”기존 상주 근무자들이 본연의 점포 운영 관리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노동의 질을 높이는 등 점포 운영 수준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봇 '브니'가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브니'의 핵심 기술은 핸드페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의 경우 편의점에서 카드 결제 사용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
아직까지 '페이 결제'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오 인증을 통한 핸드페이 결제가 상용화되려면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홍채, 지문 인식으로 넘어가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정맥 인식인 핸드페이는 그 다음 단계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편의점 내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 일반 점포에 로봇 '브니'가 설치될 경우 점포 관리 인력이 덜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매장 관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계산' 업무인데, 로봇을 통해 셀프 결제가 가능하면 상품 진열, 주문 등의 업무만 처리하면 된다.
이와 관련,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는 “시그니처 점포도 매장 운영자가 있어 무인점포가 아니다”며 “담배와 주류 등 19세 이상 판매 물품은 판매자의 승인이 있어야 결제가 가능하고, 매대 진열, 상품 주문 등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