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두 번째 코너.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아나운서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떨어졌고, 어떻게 탈락의 아픔을 극복했을까요. 사람전문 매체 <인더뉴스>에서 들려드립니다. 새롭게 투입된 이은정 인턴기자가 함께 합니다. [편집자주]
[인더뉴스 이은정 인턴 기자] “JTBC 홈페이지에 손석희 사장님께서 남기신 ‘그리고 당신 편에 서겠습니다.’라는 글에 뭉클함을 느꼈어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사회에 따뜻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아나운서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2000 : 1’.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의 부임 이후 첫 아나운서 선발이라는 점에서 입사 전형 초반부터 관심이 쏠렸다.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고 올해 3월 JTBC에서 단 한 명의 아나운서가 된 사람이 바로 안나경 씨다. 그는 “솔직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신경을 썼다”면서 인터뷰에 임했다. 안 아나운서는 갓 입사한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JTBC 아침종합뉴스 <아침&>의 메인 앵커를 맡고 있다.
- 손석희 사장이 면접을 봐서 뽑은 첫 아나운서다. 합격 비결이 있을까.
“비결까지는 없다. 최종 면접에는 총 11명의 지원자가 있었다. 손석희 사장님을 비롯한 임원진 면접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어 더욱 긴장되는 자리였다. 딱 하나만 기억했다. 뛰어난 지원자들 속에서 돋보이겠다고 자신을 과장하기보다, 나만의 장점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최종면접 때의 질문은 ‘이번 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질문에 대해 선배님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가 될 자신이 있다고 답하며 진심과 열정을 전하려고 했던 것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 면접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질문은.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했냐’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학점이 4.0(4.3만점)이 넘는다는 점에 대한 질문이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과장하지 않고 진솔하게 말하려고 했다. 언론정보학부(숙명여대)였던 만큼 주로 팀플 과제가 많아 혼자서 공부만 해왔던 것은 아니며 1,2학년 때는 열심히 즐기고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했던 것을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냐’는 질문도 기억이 난다. ‘훗날 내가 지금 앉아있는 이 자리에 똑같이 앉을 누군가가 안나경 아나운서 같은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아나운서가 되고싶다’고 했다. 나름 당차게 말했다고 생각한다.(웃음)”
- 한 번에 아나운서가 된 것은 아닐 텐데. 가장 아깝게 떨어졌던 언론사는 어딘가.
“MBC에 지원했던 경험이 있다. 방송사 입사준비 초기에 입사과정을 직접 겪어보기 위해 지원한 것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 왜 아나운서가 됐나.
“초등학교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사회공헌을 하는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고부터였다. 또 <인간극장> 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만으로 시청자에게 편안하고도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이금희 아나운서를 보며, ‘나 또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2000 : 1’의 경쟁률을 뚫었다.
당연한 사실이기도 하지만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경쟁률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무력감이 들어 중도에 포기하는 친구도 많이 봐왔다. 나에게도 그런 고비는 많았지만 그때마다 항상 어렸을 품었던 꿈에 대한 순수한 기억을 다시 되새기려고 노력했다. 간절히 바래왔던 꿈을 위해 꾸준히 준비해나간다면 언젠가 그 빛을 알아봐줄 회사가 나타난다.
구체적으로는, 솔직한 모습을 그대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1차 카메라 테스트 때에 지원자들에게 규정된 것은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규정으로도 지원자들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길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차 시험부터 최종 면접까지 최대한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고 당당하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 아나운서를 꿈꿔왔는데, 한국일보에서 인턴기자로 활동한 전력이 있던데.
“당시 경제부에서 인턴을 했다. 선배로부터 사진 촬영부터 기사 작성까지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 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주제는 대학생 부부들을 위한 보육 시설 부족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 파악이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학교 내 교직원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육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해 인턴 생활 중 가장 뜻 깊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 직업병 같은 게 있는지.
“자기 관리. 아프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 방송은 팀플레이다. 특히나 아나운서가 스스로 관리를 못한다면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하는 분들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자기관리를 잘 하는 것은 어렵지만 꼭 필요하다.”
- 아나운서 준비과정은 꽤 지루하다. 이겨낼 수 있는 조언을 부탁한다.
“언론사 시험이 합격하기 쉽지 않은 만큼 불안한 미래에 대해 주눅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 때 만약 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는데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그 회사와 내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쟁률을 생각하다 보면 다른 지원자와의 경쟁을 생각하게 된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다면 스스로 그것을 잘 어필하는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