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라면에 왜 흰장갑이 들어갔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는데, 보상 얘기만 하더라고요. 소비자 입장에서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알 권리 아닌가요?”
최근 식품업계가 판매하는 제품에서 이물질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린이가 마시는 남양유업 주스에 곰팡이가 발견된 데 이어 오뚜기 라면에서 작업용 흰색 장갑이 나와 업계 안팎이 종일 시끌벅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오뚜기 평택공장을 조사 중이다.
손 모 씨(26세)는 지난 17일 이마트몰을 통해 오뚜기 ‘비빔쫄면’을 구매했다. 18일 밤 10시경 비빔쫄면을 먹으려고 봉투를 열었는데, 라면과 함께 들어 있는 흰색 장갑 한쪽을 발견했다. 당시 장갑이 비빔면의 팩키지 중 하나로 착각했을 정도로 놀랐다는 손 씨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라면 안에 장갑이 왜 들어있는지 의아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봤는데 별 내용이 안 나오더라고요. 당일 오뚜기 홈페이지에관련 내용을 올렸고, 식약처에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말이 지나 오뚜기 고객상담실에서 연락이 왔고, 해당 제품의 실물 확인을 위해 담당자가 집에 왔어요.”
집으로 온 오뚜기 관계자는 사과를 한 후, 바로 보상이야기를 꺼냈다. 문제의 제품을 회수하고, 다른 제품으로 보상해주겠다는 것. 손 씨에 따르면 이 날 오뚜기 관계자는 흰 장갑이 해당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손 씨는 오뚜기에 문제의 제품을 보내는 대신 식약처 조사를 요청했다. 이 후 평택시 환경위생과에서 오뚜기 제조공장을 방문해 조사했지만,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조사를 나간 평택시에서 생산라인에 장갑을 넣은 등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실패했다는 이야기를했어요. 실사를 나갔을 땐 문제의 장갑이 아닌 골무가 있는 장갑을 사용했고, 오뚜기 측에서도 문제의 장갑을 쓰지 않았다고 얘기를 했다는 데 사실이 아니거든요.”
오뚜기 측이 (손 씨)집에 방문했을 땐 문제의 장갑 사용을 인정했는데, 식약처 조사에서 말이 바뀌었다는 게 손 씨의 주장이다. 오뚜기 측은 이 후 언론과의 취재에서는 평택공장에서 흰색 장갑 사용을 인정했다. 다만, 진짜쫄면 생산라인에서는 해당 장갑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재조사에 착수했다. 손 씨는 장갑이 라면에 왜 들어갔는지 알고 싶어 시작한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처를 받았다. 회사에 보상을 바라고 조사를 요청했던 게 아닌데, 의도와 다르게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오뚜기가 저한테 처음 응대했던 내용이랑 첫번째 식약처 조사에서 말한 내용이 달랐어요. 언론에도 오뚜기가 (문제에 대해)빠르게 인정했다고 나오는데, 문제 원인 규명보다는 감추려고 한다는 생각이 더 컸거든요.“
또 손 씨는 오뚜기의 대응 매뉴얼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조사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내용을 알리는 대신 제품 보상과 선처에만 집중한다는 얘기다.
“저는 문제가 생긴 원인을 알고 싶다고 하는데, 보상을 해주겠다는 소리만 하니까 매뉴얼이 제대로 없구나 싶었어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말 모르는 것 같았어요. 오뚜기 측에서 명확한 원인을 조사해서 알려주겠다고 하면 아마 식약처에 신고를 안 했을거에요.“
한편, 평택시는 현장조사에서 문제의 장갑이 같은 공장 안에서 사용된다는 점을 확인, 장갑이 라면과 함께 포장됐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조만간 조사를 마무리하고 오뚜기에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