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은행이 거래하는 기업 등의 부도로 인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액 익스포져(Exposure) 한도 규제’가 도입된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최종구)는 28일, 바젤 기준에 따라 거래 상대방에 대한 익스포져를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거액 익스포져 한도 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익스포져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금액’을 의미한다. 노출된 리스크 유형에 따라 시장리스크 익스포져와 신용리스크 익스포져로 나뉜다.
시장리스크 익스포져는 금리·환율·주가 등의 변동에 따른 자산 총계를 뜻한다. 신용리스크 익스포져는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 하락·채무불이행에 따른 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을 의미한다. 이번 익스포져 규제의 경우 거래 상대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리스크·신용리스크 익스포져를 모두 포괄한다.
규제 내용을 보면, 국내 은행은 연계된 거래 상대방별 익스포져를 BIS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해야 하며 10% 이상인 경우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여기서 거래 상대방은 ‘통제관계’와 ‘경제적 의존관계’ 나뉜다. 통제관계는 의결권 50% 초과보유, 이사임면권 보유 등 지배력을 행사하는 관계로서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개념과 유사하다. 경제적 의존관계는 한 기업의 부실화 또는 부도위험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는 관계다.
익스포져에는 대출 등 자금지원 성격의 신용공여,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과 보증 제공자의 보증금액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은행이 보증기관 A의 50% 보증서를 담보로 차주 B에게 100억원을 대출했을 때, 보증기관 A와 차주 B에 대해 각각 50억원의 익스포져가 발생한다.
다만, 서민생활 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해외 사례 등을 감안해 일부 익스포져는 한도 산입에서 제외된다. 주택 관련 대출 등 서민생활 안정과 관련된 개인 대출에 대해 보증기관이 제공한 보증 익스포져, 국책은행이 정부의 현물 출자에 의해 취득한 주식 익스포져 등이다.
한도 초과에도 예외가 적용된다.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추가적 신용 공여, 거래 상대방의 변동(기업 합병 등), 은행 기본자본 감소, 환율변동, 위기 상황 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은행 간 거래 등으로 인한 한도 초과 등은 예외다.
당초 바젤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이번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미국 등 주요국에서 도입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바젤 기준이 모호하고, 한도 관리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 등 규제 준수를 위한 은행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히, 바젤 기준서가 추상적으로 제시한 ‘경제적 의존관계’ 판단 요건과 관련해 은행의 실무 적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정식 규제 도입을 연기하되, 행정지도를 통해 올해(내달 31일)부터 규제를 시범적으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비율을 위반하더라도 제재 조치를 부과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시범 대상은 외국은행 지점, 인터넷전문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국내 은행이다. 대상 은행이 분기별 현황 자료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 금감원은 개별 케이스별 사례를 축적해 향후 규제 도입 때 반영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식 규제 도입 시기는 국제동향과 시범 적용 결과 등을 감안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