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 르노삼성자동차의 임단협이 해를 넘긴 가운데 회사의 미래를 결정지을 ‘운명의 날’이 밝았다. 르노 본사는 8일까지 임단협을 끝내야 수출물량을 배정하겠다고 못 박았지만, 노조는 여전히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7일 열린 19차 본협상에서 근무강도 개선과 물량확보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협상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현재 르노삼성차는 판매부진에 따른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동결’을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 대신 ▲1인당 100만원의 기본급 유지 보상금 ▲성과 격려금 300만원 ▲생산성 격려금 350% ▲이익배분 300만원 선지급 등이 협상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본협상에서 ‘임단협 타결을 통한 물량 확보 격려금 100만원’을 협상카드로 새롭게 제시했다. 사측이 노조에 제안한 금액을 모두 합치면 총 약 1500여만원에 달한다.
새로운 제시안에는 성과금 및 격려금을 비롯해 ‘근무 강도 개선’에 관한 내용도 추가됐다. ▲인력충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설비투자 10억원 ▲근무강도 개선위원회 활성화 ▲안전교육시간 개선과 중식 시간 연장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밖에 2교대 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내용도 더해졌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20차 본교섭을 열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노조가 새로운 제시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사측이 요구한 ‘임금동결’ 대신 ▲기본급 10만 667원 인상 ▲자기계발비 2만 133원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이날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르노 본사는 임단협이 타결된 이후 생산물량 배정 등 장기발전 전망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노조 측이 추가적으로 요구한 근무강도 개선을 수용한 만큼 회사의 미래를 위해 합의점을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부산공장을 방문해 조합원들에게 조속한 임단협 타결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보다 생산비용이 더 올라간다면 미래 차종 및 생산 물량 배정 경쟁에서 부산공장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임금동결을 수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도 지난달 27일 조합원들에게 임단협을 3월 8일까지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당시 노조는 본교섭 제안을 거부하고 부분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42차례(160시간) 진행된 부분파업으로 1760억원 가량의 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는 연간 10만대 수준의 내수물량만으로는 부산공장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오는 9월 생산 종료되는 닛산 로그 이후의 수출물량 배정이 절실하다. 지난해 르노삼성차가 생산한 총 22만 7577대 가운데 로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7.1%(10만 7245대)에 달한다.
이 때문에 부산지역 상공계는 중소협력사와 지역경제를 위해 노조가 한 발 양보해달라고 연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의 1차 협력업체는 전국 260곳이며, 이 가운데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한 중소 협력업체의 종업원 수는 약 6만 4000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