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 LG전자가 주요 프리미엄 가전 시장인 미국에 처음으로 최첨단 세탁기 공장을 만들었다. 수요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원가경쟁력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있는 테네시 생산법인에서 ‘LG전자 테네시 세탁기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신공장은 예정보다 6개월 빠른 지난해 12월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1월 미국 정부가 발동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피하고자 가동을 서둘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정용 세탁기 저율관세할당 기준인 120만 대 이상을 수출하게 되면 초과 물량에 고율 관세를 물린다. 올해는 45% 관세가 매겨진다.
2017년 8월 착공 이후 총 투자금액은 3억 6000만 달러이며 대지면적 123만㎡, 연면적 7만 7000㎡ 규모로 건설됐다. LG전자가 미국에서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네시 세탁기 공장은 ‘지능형 자율 공장’이다. 생산라인 2곳에서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생산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120만 대 수준이다. 10초에 한 대를 만드는 속도로, 경남 창원 세탁기 생산라인과 비슷하다.
신공장은 원스톱(one stop) 통합생산체계를 갖췄다. 금속 가공·플라스틱 사출 성형·도색 등 부품 제조와 부품을 모듈화하는 모듈 조립, 제품을 완성·포장하는 생산까지 모든 라인이 한 번에 진행된다. 또한 지능화 설계와 통합생산관리시스템으로 몇 분 안에 생산 품목을 바꿀 수 있다.
자동화 기술과 로봇을 공장에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 ‘부품공급자동화시스템(SPS: Set Parts Supply)’은 부품 종류, 수량을 파악해 자동으로 주문한다. 제품을 자동 포장하고 상태를 점검하는 ‘포장자동화시스템’도 있다.
신공장 통합관제센터는 개별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품질을 관리한다. 품질 추적과 관리에 사용되는 라벨도 자동으로 부착된다. 품질검사는 가혹한 환경에서 제품 내구성을 검증하는 가속수명시험과 전기안전, 소음, 진동, 기능검사 등이 품질시험실 4곳에서 이뤄진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미국 현지생산체제를 검토해왔다. 미국 시장은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높다. 현지 공장을 만들면 수요와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고 물류비, 관세, 배송시간이 줄어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이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신공장이 미국 프리미엄 가전 시장 성장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이 현지 생산이 연구개발, 디자인, 판매, 서비스 등과 연결되면 사업역량이 보다 강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공장은 경남 창원 공장과 함께 미국 시장에 세탁기를 공급하는 양대 생산기지가 된다. 기존에는 한국과 태국, 베트남 등에서 생산해왔다. 신공장 가동 이후에는 경남 창원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공급하는 물량은 유지하고, 태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하던 물량은 미국 테네시에서 맡는다.
LG전자 세탁기는 미국에서 평가가 좋다. 미국 소비자 잡지 ‘컨슈머리포트(CR)’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최고 세탁기 12개 중 4개가 LG전자 모델이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JD파워(J.D.Power)조사에서는 11개 부문 가운데 4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미국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는 삼성전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 라인(Traqlin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 2017년 미국 생활가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점유율 16.5%로 삼성전자(19.6%)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안정적 운영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서 강력한 시장지배력과 지속가능한 성장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현지 인사와 송대현 사장 등 LG전자 임직원이 참석했다. 외부 인사는 마크 그린(Mark Green)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원, 빌 리(Bill Lee) 테네시주 주지사 등이 방문했다.
한편, LG전자는 현지 인프라 투자에서 집중하고 있다. 미시간주 헤이즐파크(Hazel Park)와 앨라배마주 헌츠빌(Huntsville)에서 각각 전기차용 배터리팩, 태양광 모듈을 생산한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북미 신사옥은 뉴저지(New Jersey)에 들어서며 LG전자 등 그룹 계열사가 입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