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카카오가 다음 포털의 연예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한다. 또 카카오톡 삽탭에서 제공되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 기능을 이날부터 전면 폐지된다. 카카오가 내년 상반기 포털 서비스 전면 개편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댓글·검색어 기능 폐지가 신호탄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카카오는 여러 매체에서 생산되는 뉴스 콘텐츠를 전달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장으로 댓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뉴스 댓글 기능이 개인의 인신공격의 장으로 악용되는 등 포털 뉴스 댓글 서비스의 역기능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가 뉴스와 검색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25일 카카오는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민수-조수용 공동 대표가 개편 방향성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오래 전부터 댓글을 포함해 뉴스, 관련 검색어, 실시간 이슈 검색어 등 사회적 여론 형성과 관련 서비스 전반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해 왔다”고 입을 뗐다.
◇ 여민수·조수용 공동 대표 어제까지 논의..이달 연예 댓글 기능 사라져
이번 간담회는 이날 오전에 공지가 될 정도로 긴급하게 결정됐다. 여민수-주수용 공동 대표 역시 전날까지 댓글과 검색어 서비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긴박하게 결정했다. 포털을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 댓글 폐지를 결정하기까지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는 점도 인정했다.
우선, 오늘 1시부터 카카오톡 샵탭에서 제공되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 기능이 전면 폐지된다. 카카오톡에서 제공되는 뉴스 화면을 살펴보면, 중간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기능이 있는데, 오늘 1시 이후부터는 카카오톡 샵탭에서 사라진다.
이달 중으로 다음 포털의 연예 섹션 뉴스 댓글 기능도 사라진다. 최근 뉴스 댓글 섹션이 개인의 인신을 공격하는 장으로 악용되면서 다양한 정보를 고류하는 댓글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연내 카카오 인물 키워드 검색 서비스도 달라진다. 카카오에서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의 인물 키워드를 검색하면 해당 인물에 대한 ‘관련 검색어’도 함께 제공됐는데, 이 기능을 잠정 폐지한다.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이지만, 검색을 할 때마다 해당 인물에 ‘꼬릿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 대표는 “이달 안에 (다음 포털의)연예 섹션의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에 대한 관련 검색어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최근 인격 모독 수준의 공론장이 되면서 건강성을 해치고,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애초 취지와 달라져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카카오 댓글 정책 변화는?..실시간 서비스 전면 폐지 방안도 검토
향후 카카오는 댓글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기술적으로 댓글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혐오 표현과 인격모독성 표현 등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가지고 댓글 정책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수용 공동 대표는 “검색어를 제안하고 자동 완성시켜주는 서제스트 역시 프라이버시와 명예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이다”며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재난 등 중요한 사건을 빠르게 공유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향후 실시간 서비스를 전면으로 폐지하는 방안도 나왔다. 조수용 공동 대표는 “실시간 서비스에 대해서 폐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다”며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누군가의 인격이 침해되지 않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뉴스 서비스의 근본적인 개편도 추진된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포털 뉴스 서비스를 포함해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구독 기반 콘텐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다음 역시 댓글 서비스를 폐지하거나 기사를 생산하는 미디어에게 자율 결정권을 주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 언론 구독 방식의 네이버와 달라..카카오, 개인 콘텐츠 제공 강화
카카오는 언론사를 구독하는 네이버 방식과 달리 개인 콘텐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는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구독하는 서비스가 강점이다. 가령, 유튜브, 인스타 등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구독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조수용 공동 대표는 “뉴스의 경우도 언론사를 구독하는 방식이 아닐 것”이라며 “현재도 인플루언서가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대중의 미디어로 재창조 되고 있어 언론 구독 방식이 아닌 세상에 제공된 다양한 콘텐츠를 개인이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는 2년 전부터 뉴스 댓글과 검색어 서비스 폐지 논의를 지속해 왔다. 조수용 공동 대표는 “이전 다른 포털에서 일했고, 우리나라 포털서비스가 발전하는 시간을 경험하고 지켜봤다”면서 “기업의 이익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슈와 기업 득실을 떠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여민수 공동 대표는 “개편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명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고, 비즈니스 측면에서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번 결정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조금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의 시작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이용자들이 주는 반응을 면밀히 살피면서 개선안을 더욱 다듬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