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한국지엠 노사의 2019년 잠정합의안이 53.4%의 찬성표를 얻어 최종 가결됐습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해 7월 첫 상견례를 가진 이후 무려 10개월 동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는데요. 해를 넘겨 노조 집행부가 바뀌고 나서야 가까스로 임금협상이 마무리됐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14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2019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최종 가결됐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전체 조합원 7813명 가운데 723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3860명(53.4%)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25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할 때까지 15번이나 교섭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잠정합의안이 나온 뒤에도 일부 노조 대의원의 보이콧과 노사간 견해차 등 진통을 겪으면서 찬반투표 일정도 3차례 연기됐는데요. 노조 내부의 이견과 노사갈등이 계속된 탓에 조합원 찬성률도 지난 2018년(67.3%)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및 일시금 미지급입니다. 지난 5년간(2014~2018년) 누적 적자가 약 4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경영정상화와 수익성 회복을 위해 노조가 한발 물러났습니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2018~2019년 기본급 동결은 정부의 자금 지원과정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합의한 내용”이라며 “금전적으로 성과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곧장 2020년 임금교섭이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서 ‘임금’에 대한 내용이 빠지면서 내부적으로 상당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집행부는 임금 이외에도 비정규직 복직 문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문제 등 핵심 쟁점을 2020년 임단협에서 풀겠다며 진화에 나섰는데요. 당시 김성갑 지부장은 성명서를 통해 “아쉽고 부족한 것들은 2020년 임단협에서 반드시 만회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임금에 대한 합의는 사실상 지난 집행부 때 완성됐기 때문에, 현 집행부의 가시적인 성과는 ‘차량 인센티브 프로그램’으로 꼽힙니다. 노사는 쉐보레 차량의 생산 및 판매 확대에 기여하고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 바우처를 지급하는 내용입니다.
현재 한국지엠 임직원들은 쉐보레 차량을 구입할 때 근속년수에 따라 16~21%를 할인받을 수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트레일블레이저 300만 원, 말리부 300만 원, 스파크 100만 원씩 추가적인 바우처를 지급받게 됩니다. 이 바우처는 앞으로 10일 이내에 발행되며, 유효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입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노사가 상호 존중과 신뢰의 틀 안에서 손해배상 소송 건에 대해 논의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19일 사측의 법인분리 결정에 반발해 8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손해배상 소송으로 맞대응했는데요.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발을 뗀 셈입니다.
또 노조는 이번 잠정합의와 별개로 사측이 창원과 제주물류센터를 일방적으로 통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사측은 90일의 기간만 지나면 노조의 동의와 상관없이 사업장 폐쇄를 결정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창원·제주 물류 통합 건은 기간과 상관없이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인상이 이뤄지지 않고 찬반투표 일정도 수 차례 연기되면서 찬성률이 예년보다 떨어졌다”며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아직 금속위원회의 투쟁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2020년 임단협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