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유은실 기자ㅣ코로나19로 금융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설치마저 줄고 있어 고령층을 중심으로 현금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이를 지적하며 고령층 등의 ATM 사용 편의성 개선 방안을 내놨는데 정작 은행 현장에선 이들의 금융 소외를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포용금융’을 내걸고 은행권 ATM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특히 ATM 감소로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고령층⸱장애인 등이 현금접근성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며 ATM 은행공동운영 방안을 포함한 세부사항을 내놨습니다.
사업을 ‘금융포용위원회’에서 진행하겠다는 것도 금융 사각지대를 줄여 디지털 전환에 수반되는 부작용을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현장에선 취지는 공감하나 고령층 등에게 맞는 정책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입니다.
ATM이 절대 부족한 지방 소비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 “고령자 현금접근성은 별도의 노력 필요해”
은행권 ATM 설치 대수는 지난해 55만 8000대(잠정)로, 2013년 말 70만 1000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4%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현금접근성에 비상등이 켜질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ATM 데이터베이스 구축 ▲ATM 모바일 앱 개발 ▲가맹점 입출금 서비스 ▲은행권 ATM 공동 운영을 대응방안으로 내놨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작 이같은 방안이 고령층⸱장애인 보다 디지털 서비스 이용이 편한 사람들에게 더 적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ATM 데이터를 모바일 앱에 구축하면 디지털이 편리한 젊은 소비자들은 편하게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작 현금 사용이 많은 고령층은 또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TM 데이터를 모아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웹페이지, 모바일 앱을 만들어도 고령자들은 사용이 어려워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 은행공용 ATM, 고령고객 사용 어려워..시스템 통일도 과제
“글쎄요, 고령 고객은 ATM 사용을 어려워하셔서 청원경찰이 거의 다 도와주는데”
시중은행 창구직원은 ‘은행공용 ATM이 생기면 현금 사용수요가 높은 고령고객들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같이 답했습니다. 고령 고객들은 일단 은행창구를 선호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 ATM을 사용하는데 이마저도 청원경찰에게 부탁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은행을 방문해 현금을 인출한 60~70대 고령 고객에게도 물어봤습니다. 한 고객은 “기계라서 무섭고 어렵다”며 “ATM이 집 앞에 있어도 은행을 방문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은행공용 ATM에 대한 평가는 고객에 따라 나뉩니다. 기계 사용이 낮선 고령층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지지만 현금이 갑작스럽게 필요한 고객에게는 편리한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달 초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디지털 시대에서 ATM 관리비용을 감축하면서 고객 현금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 ATM 시범운영을 개시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은행권 공용 ATM을 중기과제로 제시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시범운영에서 더 나아가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전국 규모의 인프라를 갖춘 우체국 또는 농·수협과 은행 간 공동 ATM 운영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결제 대행 중개업체인 VAN사가 운영하는 공용 ATM⸱CD기와 달리 수수료 없이 기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출금하는 은행공용 ATM 기능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나, 통장정리 서비스까지는 오래 걸릴 것”이라며 “각 사마다 통장에 있는 마그네틱이 달라 이를 통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범운영 결과에 따라 확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한국은행이 공조에 대해 언급한 만큼 향후 논의 방향에 따라 공동운영에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ATM 지역불균형 해결방안으로는 ‘합격점’
반면 은행 공용 방안, ATM 분포 어플 등이 지역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은 공감했습니다. 지방점포 감소가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국내 ATM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서울은 1㎢(반경 약 560m) 당 36대의 ATM을 찾을 수 있는 반면 강원・경북・전남은 0.3~0.4대만 있어 가장 적은 ATM 대수를 기록했습니다. 약 100배 차이입니다.
한국은행도 ‘지역 불균형’을 강조했습니다. 은행들이 수익성 측면에서 불가피하게 지방점포를 없애더라도 현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고, 아직은 모든 계획이 초기단계라는 것입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입출금 행태조사를 진행 중인데 현금공급창구 중 ATM 이용률이 가장 높았다”며 “고령자 뿐 아니라 장애인⸱저소득층 등 현금사용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비도심에서 ATM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직 은행권과 ATM 공동 운영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건 없다”며 “현 시점에선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