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유은실 기자ㅣ회장 선임을 둘러싼 KB금융 노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차기 회장 선임 레이스가 본격화된 가운데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규 회장 3연임 반대와 회장 선임 절차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 의견 대로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일정을 공개했으며, 높은 순위의 후보부터 인터뷰 의사를 묻고 수락한 4인을 대상으로 숏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인터뷰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라는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다는 입장입니다.
KB노조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회장 추천절차의 객관⸱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후보자군(Long List)을 추릴 때 회장 추천에 참여의사 여부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노조는 이후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 이를 바탕으로 오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노조는 우선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일반 기업과 달리 금융업은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에 금융지주는 고객과 노동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특정인이 회장으로 장기집권을 하게 되면 회장이 지주의 주인이 되는 구조라는 주장입니다.
류제강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필연적으로 부패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이번 회추위의 선임 과정은 결국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을 향해 달려가는 레이스인데 거대한 지주회사를 1명이 9년 동안 좌지우지하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표로서의 능력이나 자질 이전에 공정성과 도덕성 측면에서 3연임이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습니다. 윤종규 회장이 KB금융 최고경영자로 있던 6년간 채용비리, 노조선거개입, 극단적 노사관계가 나타났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또 KB노조는 1만 7231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 참여자 중 대다수가 3연임에 반대했다고 전했습니다. 설문 참여자 7880명 중 79.5%(6264명)가 반대했다는 겁니다.
반대 이유로는 ▲단기 성과만 내세우는 노동조건 ▲직원존중 의식과 보상 부족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노조는 이런 직원들의 목소리가 회장 선임 절차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롱리스트 단계에서 참여의사를 물어 숏리스트(최종 후보자)로 추려야 하는데 지금처럼 숏리스트를 먼저 추리고 참여의사 여부를 물으면 결국엔 윤 회장이 선정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논리입니다.
류 위원장은 “지금 방법으론 1위와 8,9,10위가 숏리스트로 경쟁할 수도 있다”며 “이사회에 숏리스트 선정 이후 의사확인 과정에서 다른 후보가 모두 고사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는데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후보자 명예 실추와 회추위 독립성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후보자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다른 금융지주들도 롱리스트 명단을 공개한 사례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회추위와의 면담에 참석한 2개 지부를 포함해 3개 지부(손해보험, 카드, 손해사정)가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해관계자 의견의 하나로 참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