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이 한 달 사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게 됐다.
구 사장은 작년 12월 블룸버그가 전세계 100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중 '가장 값어치 있는' CEO(21위)에서 우리나라 CEO중 유일하게 꼽히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최근 동양생명이 육류를 담보로 빌려준 대출금이 제대로 상환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구한서 사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면서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다.
구한서 사장은 4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육류담보대출 사기 피해와 관련해) 주주와 계약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키로 한 것. 구 사장은 “이번 일로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최대한의 채권회수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 정도의 손실은 예상되지만 최근 회사의 체력으로 봤을 때 재무건전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며,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하게 수립함과 동시에 고객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번 육류담보대출 피해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함께 담보물 확인 등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냉동창고에 있는 물건(소고기)을 전량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종 손실규모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즉시 투명하게 알린다는 방침이다.
같은 시기 회사 내부의 육류담보대출 심사과정 중 발생한 문제나 리스크 관리의 허점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현재 우선순위는 담보물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며 “동시에 내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문제점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이 보유한 육류담보대출 관련 총 대출잔액은 12월 말 현재 3803억원이다. 연체금액은 2837억원으로 1개월 미만이 75억원,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이 2543억원, 3개월 이상 4개월 미만이 219억원이다.
연체금 규모만 해도 동양생명이 한 해동안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을 뛰어넘으며, 올해 안방보험으로부터 증자받기로 한 6000억원의 절반 남짓 되는 셈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당기순이익은 2200억원으로 기록됐다. 2015년 당기순이익은 1500억원 규모다.
동양생명이 육류담보대출 피해금액을 최소화 한다고 해도 향후 법적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동양생명은 담보물 관리에 책임을 물어 일부 육류유통과 냉동창고업체 등을 검찰에 고소하고 채권회수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육류담보대출의 경우 금융회사 14곳이 중복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금융사간 법정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동양생명은 이번 문제가 계약자의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생명의 자산 규모는 26조원에 달한다. 피해액이 자기자본인 2조원을 넘는다 하더라도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또 수입보험료가 지난 한해 50% 이상 성장하고 있어 이번 일로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이 미미할 거란 주장이다.
구한서 사장은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고, 대주주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지원받는 등 양적·질적 성장을 하고 있다”며 “현재 회사 체력으로 볼 때 이번 육류담보대출 피해로 예상되는 손실 금액은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