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 정부와 여당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인터넷은행 흥행을 위해 KT와 카카오에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비판과 신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줄 것이라는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정부와 여당이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어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규제를 완화하는 법 개정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에 따르면 대주주 자격 규제 완화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요건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거나 담합 위반 혐의를 한정하는 등의 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규제로 사업확장 발목 ‘지적’
이같은 움직임은 금융위원회가 키움뱅크, 토스뱅크에 대한 인터넷은행 사업 예비인가를 모두 불허하기로 한 이후 나온 대책이다. 키움뱅크는 혁신성, 토스뱅크는 안정성 부문에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인가획득에 실패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규제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인터넷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으면 대주주가 될 수 없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해당 법령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로서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지난 2016년 지하철 광고 입찰 담합으로 인해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적 등을 이유로 심사 검토가 중단됐다.
카카오뱅크도 대주주가 되려는 카카오가 현행법상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총수인 김범수 의장의 공정거래법 혐의로 카카오법인과 같은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 “진입장벽 낮춰야” vs “대주주 자격 완화 필요”
업계에서도 네이버나 인터파크 등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춘 ICT 기업들이 제3인터넷은행 도전에 나서지 않은 가장 큰 이유를 대주주 적격성 규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특례법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던 시기에 벌어진 일로 대주주 적격성을 판단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규제조건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우리 나라는 ICT 강국이지만 자본금요건·대주주 적격성 규제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네이버가 한국이 아닌 일본에 라인뱅크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며 “규제를 완화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소비자 편익을 증진 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노조 “인터넷은행만 대주주 자격 완화는 형평성 어긋나”
그러나 시만단체와 노조는 인터넷은행만 필수적인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등 7곳의 시민단체는 지난 3일 공동논평을 내고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완화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당정의 정책 방향은 시험이 어렵다고 문제와 출제자를 바꾸는 격이라며 타 업권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규정(대주주 적격성 요건)은 은행법과 다른 금융 관련 법령에도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인터넷은행 대주주에만 특별히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다"며 "이 요건을 준수할 수 없다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도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대주주가 그러한 잘못을 저질렀어도 이번처럼 용인하자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대주주 규제가 인터넷은행 주력자인 IT기업에 대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고, 이같은 취지에서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법 개정 문제에는 참여하되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