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건호 서민금융 진흥원 부원장ㅣ개인 신용평가 (이하 신용평가)는 ‘개인이 채무를 정해진 기간 내에 상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 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신용평가 체계는 현재 CB (Credit Bureau) 평가와 금융회사의 자체 CSS (Credit Scoring System) 평가로 이뤄진다.
CB사는 ▲신용정보를 수집하고 ▲신용도를 평가해 ▲신용등급을 산출하고 ▲이를 조회하는 금융회사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회사는 CB사의 신용평가 결과와 내부신용평가인 CSS 결과를 종합해 대출 승인여부, 한도·금리를 결정한다.
신용평가를 통해 정해지는 신용등급은 개인에게는 평판담보(reputation collateral)의 역할을 하는 무형자산이고, 개인에 대한 금융기관의 신뢰도와 관련된다. 신용등급이 높은 경우 대출심사 때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회사에게는 여신심사와 위험관리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신용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들 수 있다. 금융회사는 개인의 특성이나 재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고, 개인의 실제 상환능력을 파악하는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시장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한편, 개인은 본인의 대출상환 능력을 더 커보이게 하고 싶은 유인이 존재한다. 결국 금융회사는 개인의 신용대출 때 상환능력을 잘못 판단하는 역선택의 위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위험이 금융회사가 CB사가 제공하는 개인신용정보를 조회, 이용하도록 동기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 신용평가 모형은 일괄적으로 수집한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산정하기 때문에, 개개인에 적합한 세밀한 신용평가시스템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신용평가 모형이 대출이력, 카드사용액, 연체이력, 부채규모 등과 같은 과거에 발생한 금융이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대표적인 단점으로 지적된다.
신용이력이 부족해 신용점수가 쌓이지 않은 사회초년생, 주부, 노인층은 금융이력부족자로 신용평가상 불이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계층은 중신용등급인 4~6등급으로 평가되며,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 캐피탈이나 상호금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정책서민금융의 대상인 서민·취약계층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저신용층이며, 이들 중 다수는 다중채무자이거나 연체이력보유자로 민간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렵다. 중·고신용등급자와 마찬가지로 저신용등급자도 등급간 불량률의 차이가 있지만, 일괄적으로 제도권 대출을 이용하지 못한다.
따라서 ‘서민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해 기존 7~10등급으로 분류되던 저신용층을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 이 모형을 활용해 저신용자라도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금리를 인하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우선 금융정보, 비금융정보, 정성정보, 성향평가를 균형 있게 활용해야 한다. 금융정보는 채무정보, 카드정보, 대출정보, 연체정보 등 기존 신용평가모형에서 주로 활용되는 정보다.
이와는 별도로 거주지 기반 자산·소득 규모, 통신비 납부내역과 통신기기 사용기간, 상거래 실적이나 할부 사용 등 소비패턴 관련 비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상담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상환의지나 상환계획을 평가하는 정성정보와 설문을 통해 지원자의 신용을 평가하는 성향평가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서민신용평가모형의 핵심은 금융정보, 비금융정보, 정성적 정보, 성향평가의 긍정적·부정적 정보를 모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서민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하고 이를 금융권 대출심사에 적극 활용한다면, 금융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이 확대될 것이다.